동성애 유전에 대한 단상

작가 토마스 만에 대한 위키 문서를 읽다가 적어본다.

20세기 독일 문학 최고의 거장이자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토마스 만. <마의 산>으로 잘 알려진 작가인 만의 집안은 여러 세대에 걸쳐 작가, 배우, 음악가를 배출한 집안이다. 한마디로 유전적으로 타고난 집안인 셈이다.

그런데 여기에 또 한가지 눈길을 끄는 사실이 있으니...

또다른 명작 <베니스의 죽음>으로도 유명한 만은 평생 동성애 성향을 감추고 살았다고 한다. <베니스의 죽음> 같은 작품을 집필했으니 아마 당시 알만한 사람은 대충 짐작하고 있었을 것 같긴 하지만 아무튼 만 본인은 생전에 절대로 드러낸 적이 없었고 사후 일기 공개를 통해 알려지게 되었다. 뭐 피임이란 개념이 존재하지 않던 시절이었으니까, 그리고 아마 양성애자였던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자녀를 6명이나 가진 다복한 가장이기도 했다.

태어나면서부터 발현되든 한참 뒤, 심지어 결혼하고 난 뒤에야 발현되든 간에 동성애는 선천적인 성향이라고 대체로 의견이 모아지는 것 같은 분위기이긴 한데, 과연 유전되기도 하는 것일까? 하는 궁금증이 남는다. 동성애자가 원치 않는 결혼을 하고 자녀를 갖는 일이 수세대에 걸쳐 이어져 왔으니 당연히 유전되기야 하겠지만, 종족 번식과는 상극인 동성애 성향이 어느 정도의 강도로 유전되는 것일지, 만 가문의 예를 통해 알아본다. 물론 워낙 경우의 수가 적어서 어떤 경향을 추측해 낼 수는 없다.

만의 여섯 자녀 중 두 아들, 클라우스와 골로, 그리고 장녀 에리카가 동성애자였다. 클라우스는 자살로 요절했지만 일찌기 커밍아웃했고, 골로는 만년에 죽기 며칠 전에야 동성애자임을 털어놓았다. 에리카도 결혼했지만 여성과 사귄 적도 있었던만큼 정상적인 결혼은 아니었고 이혼할 때까지 별거로 일관했으며, 나치에게 독일 국적을 박탈당한 뒤 영국 시인인 동성애자와 영국 국적 취득을 위해 위장 결혼한 게 고작이었다.

여섯 자녀 중 셋이나 동성애 성향이 발현된 것이다. 이것이 과연 아버지 토마스에게서 고스란히 유전된 것일까? 동성애 성향이 직계 유전인지 격세 유전인지조차 밝혀지지 않았으니 단언할 수는 없지만 토마스의 dna가 커다란 역할을 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고는 해도 굉장히 예외적으로 드문 경우로 보여진다. 50퍼센트의 확률이라니.

그런데 과연 딸에게도 아버지의 동성애가 유전되는지도 불분명하니 50퍼센트라고 단언하기도 어렵다. 혈우병처럼 여성의 보유 인자가 남성에게만 발현되는 식인 건지, 아니면 같은 성별을 따라서만 발현되는 건지, 아니면 성별에 관계없이 유전되는지, 본인이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직접 밝히거나 기록을 남기기 전엔 알 수 없기에 우리는 동성애의 유전 여부에 대해 정말로 아는 게 많지 않다. 그렇기에 만 가문의 경우가 흥미로운 거고.

아들에게만 유전된다고 가정하면 세 아들 중 두 명에게 유전된 셈이다. 상당히 높은 확률이다. 아니, 직계 유전이라는 게 밝혀지지 않았으니 토마스의 직접적인 영향은 아닐지도 모른다. 어쩌면 예술성만큼이나, 즉 예술성과 동반하여 동성애 성향도 대대로 강하게 타고난 집안이 아니었을까, 조심스럽게 추측해 본다. 물론 만약 그렇다면 토마스 전 세대 가족 구성원 중에서는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동성애 성향을 철저하게 감추고 결혼하여 자손을 가졌을 테고 그 사실은 영원히 밝힐 수 없다.

토마스의 여섯 자녀들도 예외없이 작가, 음악가, 배우, 학자 등등 탁월한 집안 내력을 발휘했으니 그 예술성과 동반하여 동성애 성향도 물려받았던 건 아닌가 싶다.

보통 무용계나 패션계등 예술 분야에 동성애자가 많다는 속설이 있다. 그 좋은 한 예가 바로 만 가문이 아닐까 싶다. 예술성과 동성애 성향은 묶여서 발현되기 쉬운 유전적 속성인 것인지, 앞으로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쉽지는 않겠지. 앞서 말했다시피 본인이 밝히기 전엔 연구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니까.

by 다크초콜릿 | 2019/05/10 20:43 | 과학 이야기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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