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 우주탐사 단상

화성탐사선 인사이트호가 무사히 착륙했다. 어차피 시간차 때문에 실시간으로 못 볼 걸 알기에 나중에 느긋하게 뉴스로 소식을 전해 들었다.

무인탐사선의 기술은 나날이 진보하고 있고, 뭐 꽤 오래전부터 만지작거리고 있지만 아직 엄두를 못 내고 있는 유인탐사의 기술도 앞으로 점점 발전을 거듭하다가 어느 순간에는... 과연 가능해질까?

그 점에 있어서 나는 회의적이다. 지구의 환경이 도저히 인류가 생존할 수 없을 지경이 될 때까지는 말이다.

그런데 빙하기가 온다면 모를까 현재진행중인 상황은 분명 온난화다. 물론 그 덕분에 우리는 지옥같은 여름과 겨울을 번갈아가며 보내고 있지만, 과연 이게 인류 절멸의 위기로 연결될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자고로 얼어죽은 사람은 많았지만 더워 죽은 사람은 많지 않았다는 점에서 인류는 분명 더위보다는 추위에 더 취약하다. 더위는 건강을 위협하지만 추위는 생존을 위협한다.

올 초 경험했던 그런 무시무시한 한파가 반복되면, 그리고 도저히 인류의 문명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면 인류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아마도 겨울 한파가 반복되는 지역을 비우겠지. 아직까지는 난방시설로 중무장하면 버틸 수 있는 수준이지만, 그러나 올 한파는 과연 난방시설로 방어가 가능할까 회의가 들 정도였다. 그런데 이게 빙하기가 원인이 아니거든. 온난화로 인한 대기 교란으로 북극 주위의 제트 기류가 약화되어 북극의 차가운 공기가 중위도권까지 밀려들었기 때문이다.

만약 온난화에 브레이크 없는 가속이 걸린다면 중위도권의 한파는 되풀이될 것이고, 인류의 생존 가능 한계선은 낮아질 것이다. 캐나다나 러시아 북부에 거의 사람이 살지 않는 것과 같은 모습이 중위도권에까지 나타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제트 기류는 약화되는 것을 넘어 소멸되기까지 할까? 워낙 대규모 시스템이라 예측하긴 어렵지만, 과거 스노우볼 지구라는 시기에 적도까지 온통 새하얗게 얼어붙었던 적이 있었다. 그 원인은 온실 가스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인류는 그와는 정반대 쪽으로 환경을 몰아가고 있으니 그런 일이 일어날 것 같진 않다.

그러니 굳이 현재로서 최악을 상상해 보자면 제트 기류의 약화로 중위도권까지, 그것도 일정 기간만 얼어붙는 환경이 찾아올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인류는, 과연 그때쯤에 인구가 몇명일지는 모르겠지만 적도를 중심으로 저위도권에 대부분이 모여 살게 될 것이다. 캐나다 인구 대부분이 미국과의 국경 지대인 남쪽 벨트에 모여 사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그 지경이 되어도, 인구 밀도는 무지막지해 지겠지만 아직 인류는 지구를 떠날 필요는 없다. 아직도 농업은 얼마든지 가능하고, 글쎄, 저위도에 사막 지대가 살짝 걸쳐 있는 게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적도 지역의 농업은 대단히 활성화될 것이다. 현재도 적도 지역에 후진국만 모여 있는 게 문제지 식물이 알아서 미친듯이 번식하는 게 실상이다. 미래에는 선진국이 이런 적도 지역에 대규모로 체계적인 농업을 경영하게 되겠지.

말하자면 더위로 고통받긴 하지만 죽진 않는다는 말이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더위로 대단히 고통받긴 하겠지만, 그게 지구를 떠나야 하는 이유가 되긴 어려울 것이다. 앞으로도 아주 한동안은 쭉...

우주는 인류에게 너무나 해로운 환경이라 누군가를 보낸다는 게 정말로 망설여진다. 물론 개인적인 의견이다. 정책을 결정하는 이들은 그 정도는 별로 염두에 두지 않을 것 같긴 하다. 게다가 탐험정신으로 충만한 인간은 한가득이다. 갈 사람이 없어서 유인 탐사를 못할 일은 없을 것이다. 기술이 문제지.

달 아니면 화성이 목적지가 될 텐데, 철저한 고증으로 만든 온갖 픽션과 논픽션이 보여주듯이 아마 수많은 희생이 이어진 뒤에야 간신히 어떻게 깃발을 꽂고, 잠시 머물고, 체류 기간이 차츰 길어지고... 아주 느릿느릿 오랫동안 악전고투를 계속하겠지.

그러나 이런 탐사의 목적이 과연 인류의 이주를 염두에 둔 것이 될까? 너무나 해로운 환경으로 굳이 이주해야 할 정도로 지구 환경이 인간에게 적대적으로 바뀌는 게 과연 언제가 될지, 빙하기 정도로는 부족하다. 빙하기에도 저위도권은 아직 생존이 가능하다. 적도까지 얼어붙는 스노우볼 지구가 다시 찾아올 정도는 되어야 인류가 비로소 지구를 떠날 생각을 할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주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면 인류에게 해로운 우주 환경으로 굳이 유인 탐사를 나설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원격 기술은 점점 진보할 것이고, 무인 로봇 탐사만으로도 충분히 연구가 가능하다.

너무 나이브한 생각 같지? 무의미한 인명 희생 없이도 우주 탐사는 가능하지만, 그건 너무 시시하다고 생각하는 이도 적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근본적인 질문. 이주를 염두에 둔 것도 아니라면 도대체 왜 그 엄청난 비용을 들여서 탐사를 해야 하는 건데?

우주를 연구함으로써 지구와 인류를 좀 더 잘 알 수 있게 될 거라는, 낯부끄러울 정도로 뻔한 대답밖에는 떠오르지 않는다.

어차피 내 회의적인 의견과 상관없이 탐사는 계속될 것이다. 지금 당장 350km 정도 상공에는 해로운 우주 광선에 몇 개월씩 노출된 채로 여섯 명 정도의 인류가 번갈아가며 우주 정거장에 상주하고 있다. 이 우주인들이 어떤 부작용을 보일지는 아직은 알려지지 않았다. 라듐 발견 뒤 그 유해성이 명확하게 밝혀지기까지 시간이 걸렸듯, 모든 것은 우리가 직접 경험해 가며 밝혀낼 수밖에 없겠지.

내가 우주탐사에 회의적인 사람은 아닌데, 그냥 문득 든 생각을 끄적여봤다. 우주 덕후로서, 그럼에도 나는 우주를 꿈꾼다.

by 다크초콜릿 | 2018/11/30 23:12 | 우주 이야기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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