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온 일흔 다섯. 8월 21일 개기일식 여행 준비 세번째

숙소 예약도 모두 완료되었고, 앞으로는 가이드북이나 뒤적일 뿐 별다른 준비 사항은 이제 없을 거 같다. 뭐 직전에 면세점이나 둘러보는 정도겠지. 여성을 타겟으로 한 상품 위주라 어차피 내가 살만한 건 별로 없다. 술도 담배도 안 하니까.

조식 포함은 당연한 거라는 인식이 있었는데, 복불복으로 터지는 특가 숙소 사항을 보면 조식이 포함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 가격을 접하고 나서 조식 포함 숙소와 비교해 보면 마음이 기울 수 밖에 없다. 어차피 아침이야 간단하게 해결하는 편인데 조식을 포함한다 해도 너무 가격 차이가 크니까. 그래서 세인트 루이스에서 이틀 묵는 숙소만 빼고 죄다 조식 제외... 열심히 아침마다 샌드위치 가게라도 찾아 헤매야 할 형편이다.

시카고야 워낙 대도시라 별 걱정이 없지만, 하다 못해 세인트 루이스조차도 뭐 이렇게 시내가 휑한지, 아침 해결이 쉽지 않을 거 같아서 지도를 들여다 보며 걱정 중이다. 결론은 현지에 가서 부딪쳐 보자, 라고 나긴 했지만... 뭐 어떻게든 되겠지. 세인트 루이스 정도 되는 도시에서 굶을 걱정을 다 하다니, 어리석은 걱정이다. 세인트 루이스가 치안이 몹시 좋지 않다고 하던데 그게 다운타운이 휑한 원인인 건지, 직접 가 보기 전엔 모를 일이다. 암만 그래도 다운타운은 다운타운이니까.

세인트 루이스는 베이스 캠프 성격이 짙기 때문에 숙소는 죄다 터미널 근처에 정했다. 아침부터 첫 차로 움직이기 위해서. 까딱 차를 놓쳤다간... 후속 대책이 있기야 하겠지만 머나먼 외국에서 짧은 영어를 휘두르며 허둥지둥하긴 정말 싫다.

반면 시카고는 합리적인 가격의 숙소인데도 어찌나 교통이 편한지... 바로 옆에 지하철 역이 있다. 그 사실만으로도 든든하다. 일단 숙소에 자리 잡으면 사통팔달, 어느 방향으로나 갈 수 있다. 확실히 대도시는 대도시다.

세인트 루이스에서 시카고까지, 비행기로 날아갈 수도 있겠지만 미국에 간 김에 암트랙을 체험해 보고 싶어서 기차편을 예매했다. 무려 6시간 거리, 미국 전체로 치면 극히 일부 구간인데 서울-부산 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멀다. 대평원을 느긋하게 달리는 미국의 기차는 어떤 느낌일까? 타이완에서 기차를 타고 달리며 지평선이라면 실컷 봤지만 미국 대평원의 지평선은 또다른 맛이 있겠지. 타이완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게 이 크지 않은 섬에 지평선이 펼쳐진다는 점이었지만, 뭐 이전 포스팅에서도 계산했다시피 대략 5-6km 정도만 평지가 이어지면 지평선을 경험할 수 있다. 지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타이완 서쪽은 온통 평지다. 그러니 이런 신기한 체험이 가능한 것이다. 남단으로 다가갈수록 이 드넓은 평원에 온통 야자나무 농장이 펼쳐진다. 살면서 그렇게 많은 야자나무를 한꺼번에 보는 것도 처음이었다. 수 백만 그루는 족히 될 야자나무의 그야말로 밀림과도 같은 끝없는 이어짐...

얘기가 엉뚱한 방향으로 샜는데, 미국의 대평원엔 어떤 풍경이 펼쳐질까? 밀? 옥수수? 기대하게 된다.

다만, 시애틀을 거쳐 세인트 루이스, 시카고로 이어지는 대장정이다 보니, 이 모든 지역을 커버하는 미국 가이드북이 생각보다 훨씬 부실하다는 점이 고민이다. 시카고를 단독으로 커버하는 가이드북이 없다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시카고 정도로 주요 지역이라면 당연히 단독 가이드북이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래서 그나마 몇 종 나와 있는 미국 전역 가이드북을 비교해 보고 그나마 정보가 많은 걸 고를 생각이다. 부족한 정보는 인터넷에서 메꿀 작정이고...

뭐 그다지 걱정은 안된다. 어차피 개기일식 관측이 주가 되는 여행이니 다른 것들은 여분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에, 경험할 수 있으면 좋지만 경험하지 못한다 해도 즐겁게 대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가장 주가 되는 개기일식 관측만은 꼭 성공해야겠지. 이건 하늘에 맡기는 수밖에 방법이 없다. 그야말로 진인사 대천명이 딱 어울리는 사항이다... 마음을 비워야지...

by 다크초콜릿 | 2017/05/11 00:12 | 개기일식을 보러 가다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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