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열 하나. 미국 대통령과 영국 왕실

칼 세이건의 <에필로그>에 의하면, 미국 대통령이 당선되면 영국의 언론은 미국 대통령과 영국 왕실이 혈연적으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를 알리는 기사를 싣는다고 한다.
니들이 세계 초강대국, 팍스 아메리카나 라고 아무리 떠들어봤자 결국 우리 영국 손아귀에 있는 거야, 라고 주장하고 싶은 조금은 어이상실의 주장이겠지만 재미있긴 재미있다. 어차피 미국이라는 나라가 대부분 유럽 이민자의 후손들로 채워진 나라이니까 뭐, 발칸반도 산골짝이나 이베리아 반도 아프리카 맞은편 해안 출신 후손의 대통령이라 해도 기어이 영국 왕실과 연결시킬 수 있을 것이다. 아시아계 대통령만 안 나온다면야... 하긴, 아시아의 많은 지역도 영국의 식민지였으니 연결시킬 수 있을지도...

칼 세이건이 하고 싶었던 말은 인류는 모두 공통의 조상을 갖는다는 것이었는데, 족보란 것을 전혀 신뢰하지 않는 나에게는 단비같은 소식이었다. 임진왜란 때 상당량의 족보가 소실되었다는 것이 내 불신의 이유인데, 어디 임진왜란 뿐이랴, 수많은 전쟁으로 잃어버린 기록이 한두가지인가. 임진왜란 이후 소실된 족보를 여러 가문에서 모여 앉아 머리를 맞대고 짜맞춰 복구했다는 것이 종가댁들의 주장이긴 한데, 별로 신뢰는 가지 않는다.

뭐 내가 세계는 하나, 우리는 형제, 그런 주장을 하려는 건 아니다. 당장 가족끼리도 피튀기며 싸우는 세상인데 그런 공허한 주장은 개나 먹으라고 해! 난 다만, 용케도 이렇게까지 후손을 퍼뜨렸구나, 하는 것이다. 인류가 한 배에 여러 명을 낳는 동물이 아님에도 이렇게까지 많은 개체수가 가능한 것은 확실히 놀라운 일이다. 가끔 전염병이나 기근이 싹 쓸어가줘도 오히려 붐이 생겨서 손실을 보전하는 그 놀라운 생존력.

개인적으로 중국의 그 놀라운 인구는 중국인들의 성향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중국인들은 붉은색을 거의 미친듯이 숭상한다. 그런데 잘 알겠지만 붉은 색은 인간의 성욕을 자극한다. 방안을 온통 붉은 색으로 도배를 하니 좋든 싫든 중국은 인구가 많을 수 밖에 없는 문화이다.
인도의 경우는? 인도의 문화에 대해서는 잘 모르니 함부로 말할 순 없지만, 여성의 지위가 극히 낮다는 것이 이유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인도의 전혀 생뚱맞은 문화를 꽤나 존중해주는 편인데, 여성의 비참한 상황을 당연히 여기는 문화만은 도저히 인정할 수가 없다. 농촌에서는 여성은 그야말로 아무런 지위를 갖지 못하고 노동력인 아이를 많이 낳는 존재이자 그 자신이 노동력으로서의 역할 이외에는 없는 그 모습을 보면 정말 혀가 내둘러진다. 절대로 남편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고, 피임의 개념도 전무하니 그야말로 생기는 대로 낳게 되는 것이다. 이건 뭐 아프리카의 농촌에도 해당하는 문제이고, 결론은 같다. 굶어 죽을지언정 애는 정말 생기는 대로 많이 낳는다는 것.

하긴, 남편의 요구를 절대로 거절할 수 없는 문화는 아랍권에도 마찬가지이긴 한데, 내 생각에는 아랍권의 인구억제는 일부다처제에 있는 것 같다. 인간은 물개가 아니거든. 한 남편이 여러 부인을 동시다발적으로 임신시킨다는 건 꽤나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하렘으로 대표되는 규방에 여성을 가두기까지 하니 남편 이외의 다른 임신 방법도 전무하고. 그럭저럭 적정수준을 유지하는 것이리라.

이들 나라들의 현재 실상은 잘 모르니 함부로 말하긴 좀 뭐하다. 다만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이듯이 낙후된 지역의 상황은 전혀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것, 그리고 불행하게도 이들 나라들은 낙후된 지역이 대부분이라는 문제점이 있는 것이다. 그러니 내가 말하는 얘기는 낙후된 지역의 얘기로 보면 될 것이다. (왜 갑자기 꼬리를 내리는 건데? ^^;)

어쩌다 얘기가 여기까지 흘러갔는지는 모르겠지만 각설하고, 내 성의 시조가 중국에서 건너왔다는 사실을 알고 한때 중국에 애정을 품고 중국의 일이 남의 일 같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전혀 남이라고 간주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중국에 대한 관심이 식은 것도 아니다. 솔직히 태평양 한가운데 외딴 섬에도 망망대해를 건너간 사람들이 살고 있는데, 중국과 떡하니 붙어있는 우리나라가 중국과 연관이 없다면 그게 생거짓말이 아니고 뭘까? 가끔은 내게 오던 혈연의 가지가 살짝 비틀어져서 중국어를 쓰고 있을 나를 상상해보는 가상의 역사 실력도 발휘해보곤 한다.

그래서 내가 여러 세대에 걸친 이야기를 다룬 소설을 좋아한다. 그런 소설들의 가계보를 보면서 혼자서 좋아라 하곤 한다. 소설이 인생을 전부 묘사할 순 없기 때문에 세월을 건너 뛰어서 아이였던 인물이 어른이 되어 윗세대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모습을 보면, 비록 소설이라도 가슴이 뛴다. 드라마에서도 세월의 건너뜀은 가슴 두근거리는 대목이다. 요즘 흔해터진 3년 후, 이런 거 말고 20년 후, 30년 후, 그런 설정. 하지만 드라마에서는 좀처럼 쓰이지 않는 설정이다. 배우들을 싹 바꿔야 하는 애로사항이 있기 때문에. 까짓 거 1인 2역으로 해결하면 될 텐데. 하긴, 시대별 세트 문제도 있고. 김수현의 <사랑과 야망> 리메이크는 어머니와 아들 세대까지는 묘사가 탁월했다. 하지만 손자들 세대로 얘기가 넘어간 순간, 드라마는 급속하게 썰렁해진다. 그 대목에서 확실히 알았다. 이 작가는 자신의 젊은 날의 기억에 의존해서 인물을 그리고 있다는 것을. 90년대를 살아가는 인물에게 6, 70년대의 인물상을 심어서야 쓰나? 그래도 보기 드문 시도이기는 했다.
아무튼, 그래서 영화가 좋다. 이런 대담한 표현이 얼마든지 가능하니까.

그런데 <백년동안의 고독>은 정말로 백년간을 다룬 소설일까? 읽어보려고 시도는 해 보았지만, 그 끈적거리는 특유의 묘사 덕분에 번번이 실패했다. 내가 본 소설의 최대 스케일은 오, 육십년이 고작이었는데, <백년동안의 고독>의 가계도를 보고 있자면 흥미진진하긴 하다. 같은 이름이 많아서 무지 헛갈린다는...^^; 게다가 읽어본 사람 말에 의하면 일어나는 사건들도 비슷비슷하다고...

가끔은, 시대가 시대였으니만큼 나보다는 훨씬 철이 들어 있었겠지만, 부모님도 나와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을 젊은 날을 상상하며 흐뭇해지곤 한다. 얼마나 사랑스러운 모습인가. 먹고 살기 힘들어 허덕이면서도 청춘은 청춘이었으리라. 나와는 고민의 성격이 전혀 달랐겠지만, 그래도 그 모습은 비슷했을 것이다.

그래서, 결론이 뭐냐고? 굳이 영국 언론이 주장하지 않아도 엘리자베스 여왕과 부시는 어딘가 닮았다는 것이다. 비슷한 형질은 세월을 돌고 돌아서 이들에게 발현된 것일까?
정말로 닮긴 닮았다...ㅡㅡ;

이 포스팅을 과학밸리에 올리는 이유는, 나름 유전에 대해 쓴 글이라는 판단이 들어서... 너무 긴 글 읽고 허무했다면 죄송...^^;

by 다크초콜릿 | 2007/05/12 03:30 | 과학 이야기 | 트랙백(1)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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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AT4W (Art & .. at 2008/09/06 21:50

제목 : 미국의 왕조동경- 소녀들의 트렌드에 영향을 미치다.
생전의 다이애나 왕세자비 (Princess Diana) 영국의 공화주의파 작가 클레어 레이넷은 다이애나에 대해 “지겨운 여자가 제일 잘한 일은 우리 공화주의자의 일을 도왔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다이애나의 죽음으로 인해 영국인들은-정확히는 주로 영연방 4개국중 잉글랜드사람들- 그들이 얼마나 여왕과 왕세자비를 사랑했는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적어도 다이애나가 사망한 지11년이 되는 지금 영국이 공화주의로 가야한다는 말을 하는 사람......more

Commented by 날씨좋다 at 2007/05/12 04:53
듄이 그런 소설로 명작입니다 'ㅅ'b
Commented by 제절초 at 2007/05/12 12:59
책은 아니지만 드래곤 퀘스트 5가 참 좋았죠. 3대에 걸친 용자의 이야기-ㅂ-
Commented by 다크초콜릿 at 2007/05/12 19:19
날씨좋다님//읽고는 싶은데, 번역이 엉망이라는 소리를 들은 거 같아서 망설여집니다...^^

제절초님//흠, 이건 게임인가요? 게임에도 이런 스토리가 있나 보군요. 흥미진진한데요? ^^
Commented by 제절초 at 2007/05/13 09:35
에에. 게임입니다. 벌써 나온지 15년쯤 돼가는 게임인데, 스토리 하나는 정말 멋집니다. 플레이스테이션 2로도 리메이크 되었으니 일본어가 가능하시면 해 보는것도 괜찮겠지요.
Commented by 다크초콜릿 at 2007/05/13 15:33
제절초님//흠, PSP가 생겼는데 PSP용도 있는지 한 번 알아봐야겠군요. 원래 게임에는 취미가 없지만 이런 스토리의 게임이라면 해 보고 싶어집니다.
Commented by cktnqls at 2007/07/12 19:52
wlsW kdy
Commented by 다크초콜릿 at 2007/07/12 21:10
cktnqls님//한글 타자가 안되서 영어로 '진짜요'라고 쓰신 게 맞는 건가요? ^^
Commented by AT4W at 2008/09/06 10:24
다크초콜릿님, 쓰신 포스팅 일부분 인용좀 하겠습니다. ^^ 출처도 밝히고 트랙백 보낼께요. ^^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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