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온 아흔 다섯. 정말로 진지하게 궁금한 수학적 의문에 대한 나름대로의 해답

오, 생각 외로 여러분이 전문적인 답변을 해 주셨습니다. 다 알아들었다고는 솔직히 말 못하겠구요... ^^;

그런데, 대체로 훑어보다 보니, 예전부터 그렇지 않을까 하고 제가 생각하던 논점을 짚어주신 분이 있으셔서 웬지 그쪽으로 솔깃하군요. 그래서 나름 제 생각을 적어봅니다. 이런 건 답글로 달기엔 좀 애매한 내용인지라...

수학이 우주에 원래부터 존재하는 걸 인간이 발견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한다면, 과연 우리가 인지하는 수학이란 어떤 형태로 느껴지는 것일까요? 인간의 인지시스템에 부합하는 형태여야만 인식이 되겠지요.
사실 엄청나게 추상적인 얘기가 되어버리지만, 숫자라는 것도 인간이 만들어내어 사용하는 체계에 불과한 것이지요. 우리가 십진수를 사용하는 이유를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인간의 손가락이 열개이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어디까지나 인간 본위의 체계에 불과한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디지털 기기를 이용할 때 이진법을 십진법으로 자동변환하는 수고를 거쳐야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원래 있는 걸 우리가 찾아내는 것에 불과하다면, 비유를 한 번 해 봅시다.

광산에서 광석을 캐내어, 원석 그대로 내버려두든 그걸 제련하여 우리가 사용하기 편한 광물로 만들어 사용하든, 그 광물의 본질 자체는 변하지 않습니다. 인간이 보기에 불순물이 많이 섞여 있어 사용할 수 없지만, 예를 들어 철광석의 경우 Fe라는 원소로서의 본질은 변함이 없지요. 우리가 사용하는 철근이나 철광석이나 Fe라는 원소의 관점에서는 전혀 다를 게 없는, 완전히 동질적인 것입니다.

4 + 5 x 6 같은 단순한 경우에는 그럭저럭 납득이 간다 해도, 4 x 5 + 6 x 7 처럼 한단계 더 발전시키면 금새 난감해지지요. 그래도 우리는 우리에게 맞도록 제련을 해야 할 것입니다. 사칙연산의 순서가 그 제련과정이라 할 수 있겠지요.

따라서 그 답이 제련과정을 거쳐서 62가 되든, 주어진 문제 그대로 182가 되든, 그 자체가 품고 있는 수학이라는 원소로서의 본질은 완전히 같은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인지시스템의 한계 때문에 이 둘을 다르게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것이지요. 철근과 철광석을 전혀 다르게 느끼듯이요.

하지만, 같은 걸 다르게 느낄 수 밖에 없는 우리 인식 체계의 한계점을 논리적으로 이끌어내는 것만으로도 인간 지성의 성취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한계점을 끌어안고서도 여전히 우리는 지적 탐구를 계속하겠지요. 정말 멋진 일입니다.




제 논리가 말도 안된다고 생각되어도,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니 너무 심각한 반박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반박을 받아봤자 재반박을 할 재료가 현재의 제게는 없을 것 같군요. 성실하고 꼼꼼하게 덧글이나 트랙백, 핑백 달아주신 분들께는 감사 드립니다.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by 다크초콜릿 | 2008/03/29 23:00 | 과학 이야기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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