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을 연구하는 학자들 사이에는 속설이 하나 있다. 어디까지나 속설이니 그냥 흘려듣기를...
대지진이 발생한 곳에는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반드시 대지진이 다시 발생한다는 것이다.
사실 쓸데없는 논란에 휘말리기 싫어서 속설이라고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대지진이 발생했다는 것은 그만큼 강한 압력을 받는 단층대가 가깝게 위치해 있는 곳이라는 뜻이고, 인간의 시간개념으로 보면 단시간에 그 단층대의 압력이 사라진다는 것은 바랄 수 없는 일이다. 수 백 년 후가 되더라도 결국엔 그 압력은 방출되게 되어 있다. 수 백 년은 지질학에 있어서는 잠깐에 불과하다. 잠깐잠깐 멈출 수는 있어도, 결국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예전에 지진이 발생한 곳들을 바라보면, 늘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싸인다.
적어도 샌프란시스코는 한 인간이 살아서 목격할 만한 시간 간격으로 대지진이 발생해서, 속설을 확인시켜 주었다. 1906년 4월 18일 도시 전체를 초토화시켰던 대지진이 불과 83년만인 1989년 10월 17일 다시 발생한 것이다. 1906년에 어린 나이로 대지진을 겪은 후 살아남아서 1989년 대지진을 다시 겪은 사람이 있을까? 세상에는 얼마든지 신기한 일이 있는 법이니 없으리란 법도 없다. 하지만 신기하다고 할 일이 아니다. 이런 악몽 같은 일이 현실이라는 게 문제이다.
대지진이 발생한 곳은 얼마든지 있다. 2004년 쓰나미를 일으킨 수마트라 대지진, 1995년 고베 대지진, 1923년 관동 대지진, 1999년 터키 대지진 등등...
1995년 고베 대지진 당시를 나는 아직도 잘 기억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반응은 대체로 '일본이 나쁜 짓을 많이 해서 벌을 받는 거다' 라는 것이었다. 우리나라의 일본에 대한 피해의식이 잘 드러나는 에피소드가 아닐까 싶다. 하긴, 그렇게 생각한 사람들이 솔깃할 만한 사실이 있긴 하다. 고베 대지진의 피해액이 당시 일본 GDP의 2.5%나 될 정도로 어마어마했다고 하니까. 일본 경제가 주춤했을 법도 하니 좋아하려나?
2004년 쓰나미 때는, 웬 목사 하나가 크리스마스에 교회에 안 가고 놀러가서 하느님한테 벌을 받은 거라는 황당한 소리를 했었지. 그 목사 때문에 날짜도 잊어버리지 않고 있다. 2004년 12월 26일. 당연히 성탄절에 교회에 안 가고 휴양지에 놀러갔으니 그런 벌을 받은 거라고 생각할 만한 날짜이다.
이런 식으로 반응하는 사람들을 볼 때면, 도대체 벼락이 치는 것을 제우스가 노해서 창으로 내리친다고 생각한 고대 그리스 인들과 다를 게 뭐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자연재해는 완전한 무작위이며, 인간의 윤리기준 판단이 작용하지 않는다. 지진대 위에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나는 사람이 어디 있으며, 그런 곳으로 하필 그 날 일부러 놀러가는 사람이 어디 있을 것인가?
차라리 내가 예전에 웃어넘긴 가설이 더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일상처럼 발생하는 지진이 일본인들의 불안심리를 자극시켜서 호전적으로 만들었다는 가설이다. 일본에 칼에 대한 애착이라는 독특한 문화가 있긴 하지만, 나로서는 일본인이 딱히 다른 지역 사람들보다 호전적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이 가설을 지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가설은 한 가지, 과정만은 제대로 잘 잡았다. 즉, 자연현상을 원인으로 생각하고 그로 인한 인간의 반응을 제시한 것이다. 만약 지진이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지역에 내가 살고 있다면, 하는 생각을 해 보게 하는 것이다. 내가 만약 그런 지역에 산다면, 호전적인 건 잘 모르겠지만 굉장히 신경질적인 성격으로 바뀔 것 같다는 생각은 해 보았다. 언제 주변이 흔들릴지 모른다는 건 대단히 짜증나는 일 아닌가. 즉, 대체로 설득력 있는 접근인 셈이다.
하지만 내가 일본어 회화반에서 일본인 선생님들에게 들은 바에 의하면, 자다가도 흔들리는 일이 다반사이기 때문에, 잠결에 그냥 이번엔 진도 몇 정도 되겠군, 생각하고 다시 잠든다고 한다. 인간도 생명인지라, 무섭도록 제대로 익숙해지는 것이다. 그런 얘기를 들으면서 위의 가설이 그럴듯 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많이 흔들려서 접어 버렸다.
즉 이런 것이다. 언제 일어날지도 모를 사건 때문에 늘 노심초사하며 살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일본인들에게 고베 대지진은 정말로 끔찍한 악몽이지만, 그렇다고 대지진이 무서워서 손 놓고 앉아만 있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당사자들은 구경꾼들과는 다른 법이다.
하지만, 어쩐지 예언 같아서 별로 언급하고 싶지는 않지만, 관동대지진은 발생하고 세월이 꽤 흘렀기 때문에 도쿄 부근에 대지진이 발생하는 것은 그리 머지 않은 미래가 될 거라는 생각을 가끔 한다. 샌프란시스코의 예가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관동대지진 당시에는 내진 설계라는 개념조차 없었기 때문에 도시가 완전히 초토화 되었지만, 이제는 세계적인 내진설계의 첨단 국가이니 그 때만큼 피해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무쪼록 그렇기를 바란다. 내가 아무리 일본이라는 나라를 좋아하지 않는다 해도, 그것 때문에 일본의 심장부인 도쿄가 불바다가 되기를 바라지는 않으니까.
일본이 벌을 받네 어쩌네 하는 사람들이 잊고 있는 현실이 있다. 우리에겐 한라산과 백두산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가까운 곳에도 화산이 있었다는 얘기이며, 화산은 지진과 뗄래야 뗄 수 없는 이름이다. 그런데도 남 얘기만 하며, 민족의 영산이니 어쩌니 가볍게 넘길 것인가? 휴화산일지 사화산일지, 지질학적인 시간 개념으로는 아무도 모른다. 단층은 끊임없이 새로 생기고 있으며, 언제 새로 갈라진 틈새로 우리 옆으로 다가와 덮칠지 모를 일이다. 더군다나 우리는 단층이 많기로 유명한 지역의 바로 이웃이다.
그래서 도대체 하고 싶은 얘기가 뭔데? 우리나라에도 지진이 발생한다는 거야 뭐야?
나도 잘 모르겠다. 자연의 힘을 내가 어찌 알겠는가?
오늘도 여전히 지진이라는 제목을 붙여놓고 딴 길로 새서 하고 싶은 얘기만 잔뜩 하다가 끝나는군... 그래도 본론에서 많이는 벗어나지 않은 것 같은데...
대지진이 발생한 곳에는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반드시 대지진이 다시 발생한다는 것이다.
사실 쓸데없는 논란에 휘말리기 싫어서 속설이라고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대지진이 발생했다는 것은 그만큼 강한 압력을 받는 단층대가 가깝게 위치해 있는 곳이라는 뜻이고, 인간의 시간개념으로 보면 단시간에 그 단층대의 압력이 사라진다는 것은 바랄 수 없는 일이다. 수 백 년 후가 되더라도 결국엔 그 압력은 방출되게 되어 있다. 수 백 년은 지질학에 있어서는 잠깐에 불과하다. 잠깐잠깐 멈출 수는 있어도, 결국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예전에 지진이 발생한 곳들을 바라보면, 늘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싸인다.
적어도 샌프란시스코는 한 인간이 살아서 목격할 만한 시간 간격으로 대지진이 발생해서, 속설을 확인시켜 주었다. 1906년 4월 18일 도시 전체를 초토화시켰던 대지진이 불과 83년만인 1989년 10월 17일 다시 발생한 것이다. 1906년에 어린 나이로 대지진을 겪은 후 살아남아서 1989년 대지진을 다시 겪은 사람이 있을까? 세상에는 얼마든지 신기한 일이 있는 법이니 없으리란 법도 없다. 하지만 신기하다고 할 일이 아니다. 이런 악몽 같은 일이 현실이라는 게 문제이다.
대지진이 발생한 곳은 얼마든지 있다. 2004년 쓰나미를 일으킨 수마트라 대지진, 1995년 고베 대지진, 1923년 관동 대지진, 1999년 터키 대지진 등등...
1995년 고베 대지진 당시를 나는 아직도 잘 기억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반응은 대체로 '일본이 나쁜 짓을 많이 해서 벌을 받는 거다' 라는 것이었다. 우리나라의 일본에 대한 피해의식이 잘 드러나는 에피소드가 아닐까 싶다. 하긴, 그렇게 생각한 사람들이 솔깃할 만한 사실이 있긴 하다. 고베 대지진의 피해액이 당시 일본 GDP의 2.5%나 될 정도로 어마어마했다고 하니까. 일본 경제가 주춤했을 법도 하니 좋아하려나?
2004년 쓰나미 때는, 웬 목사 하나가 크리스마스에 교회에 안 가고 놀러가서 하느님한테 벌을 받은 거라는 황당한 소리를 했었지. 그 목사 때문에 날짜도 잊어버리지 않고 있다. 2004년 12월 26일. 당연히 성탄절에 교회에 안 가고 휴양지에 놀러갔으니 그런 벌을 받은 거라고 생각할 만한 날짜이다.
이런 식으로 반응하는 사람들을 볼 때면, 도대체 벼락이 치는 것을 제우스가 노해서 창으로 내리친다고 생각한 고대 그리스 인들과 다를 게 뭐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자연재해는 완전한 무작위이며, 인간의 윤리기준 판단이 작용하지 않는다. 지진대 위에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나는 사람이 어디 있으며, 그런 곳으로 하필 그 날 일부러 놀러가는 사람이 어디 있을 것인가?
차라리 내가 예전에 웃어넘긴 가설이 더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일상처럼 발생하는 지진이 일본인들의 불안심리를 자극시켜서 호전적으로 만들었다는 가설이다. 일본에 칼에 대한 애착이라는 독특한 문화가 있긴 하지만, 나로서는 일본인이 딱히 다른 지역 사람들보다 호전적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이 가설을 지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가설은 한 가지, 과정만은 제대로 잘 잡았다. 즉, 자연현상을 원인으로 생각하고 그로 인한 인간의 반응을 제시한 것이다. 만약 지진이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지역에 내가 살고 있다면, 하는 생각을 해 보게 하는 것이다. 내가 만약 그런 지역에 산다면, 호전적인 건 잘 모르겠지만 굉장히 신경질적인 성격으로 바뀔 것 같다는 생각은 해 보았다. 언제 주변이 흔들릴지 모른다는 건 대단히 짜증나는 일 아닌가. 즉, 대체로 설득력 있는 접근인 셈이다.
하지만 내가 일본어 회화반에서 일본인 선생님들에게 들은 바에 의하면, 자다가도 흔들리는 일이 다반사이기 때문에, 잠결에 그냥 이번엔 진도 몇 정도 되겠군, 생각하고 다시 잠든다고 한다. 인간도 생명인지라, 무섭도록 제대로 익숙해지는 것이다. 그런 얘기를 들으면서 위의 가설이 그럴듯 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많이 흔들려서 접어 버렸다.
즉 이런 것이다. 언제 일어날지도 모를 사건 때문에 늘 노심초사하며 살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일본인들에게 고베 대지진은 정말로 끔찍한 악몽이지만, 그렇다고 대지진이 무서워서 손 놓고 앉아만 있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당사자들은 구경꾼들과는 다른 법이다.
하지만, 어쩐지 예언 같아서 별로 언급하고 싶지는 않지만, 관동대지진은 발생하고 세월이 꽤 흘렀기 때문에 도쿄 부근에 대지진이 발생하는 것은 그리 머지 않은 미래가 될 거라는 생각을 가끔 한다. 샌프란시스코의 예가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관동대지진 당시에는 내진 설계라는 개념조차 없었기 때문에 도시가 완전히 초토화 되었지만, 이제는 세계적인 내진설계의 첨단 국가이니 그 때만큼 피해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무쪼록 그렇기를 바란다. 내가 아무리 일본이라는 나라를 좋아하지 않는다 해도, 그것 때문에 일본의 심장부인 도쿄가 불바다가 되기를 바라지는 않으니까.
일본이 벌을 받네 어쩌네 하는 사람들이 잊고 있는 현실이 있다. 우리에겐 한라산과 백두산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가까운 곳에도 화산이 있었다는 얘기이며, 화산은 지진과 뗄래야 뗄 수 없는 이름이다. 그런데도 남 얘기만 하며, 민족의 영산이니 어쩌니 가볍게 넘길 것인가? 휴화산일지 사화산일지, 지질학적인 시간 개념으로는 아무도 모른다. 단층은 끊임없이 새로 생기고 있으며, 언제 새로 갈라진 틈새로 우리 옆으로 다가와 덮칠지 모를 일이다. 더군다나 우리는 단층이 많기로 유명한 지역의 바로 이웃이다.
그래서 도대체 하고 싶은 얘기가 뭔데? 우리나라에도 지진이 발생한다는 거야 뭐야?
나도 잘 모르겠다. 자연의 힘을 내가 어찌 알겠는가?
오늘도 여전히 지진이라는 제목을 붙여놓고 딴 길로 새서 하고 싶은 얘기만 잔뜩 하다가 끝나는군... 그래도 본론에서 많이는 벗어나지 않은 것 같은데...
# by | 2008/04/06 00:39 | 과학 이야기 | 트랙백(1)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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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지진 이야기
2004년 말에 수마트라에서 발생했던 최악의 지진 소식이 전해진 후에 포스팅을 했던 글입니다. 장마철이 되면서 정말 분위기가 푹푹 가라앉네요. 에구 머리야...(출처 : http://www.terracolor.net/world/tc-samp6.png) 어수선한 연말 때문에 진작에 구상을 해놓고 쓰지 못했던 글들이 있었습니다. 그 중 하나가 2004년 12월 26일에 있었던 대지진과 관련된 부분입니다......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