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온 열 하나. 중국, 티벳 그리고 올림픽

중국의 티벳 폭력 진압에 항의하는 시위가 각국에서 벌어지는 것을 보고 옛 생각을 해 보았다.

1988년 서울 올림픽 직전, 어찌어찌하다 우연히 87년 체제를 맞이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만일, 엄청난 탄압으로 87년 체제가 좌절되었다고 가정한다면(당시의 전국민적인 저항으로 봐서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그러한 탄압에 대해서 강대국들이 반대성명을 발표하며 올림픽 보이콧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명했을까? 별로 그랬을 것 같은 생각은 들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올림픽 유치는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국가 중에서 가장 경제성장이 돋보이는 나라에 순번 배치를 해 준 것에 불과한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독재국가는 한둘이 아니었다. 많은 독재국가들이 반미성향이었지만, 우리는 철저한 친미성향이었다. 경제성장이 돋보인다고는 하지만, 이제 막 후진국을 벗어나려고 하는 수준이었다. 국제적인 영향력은 미미했다는 얘기이다. 우리나라가 어디에 박혀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들 투성이였으니, 요즘 말로 캐굴욕인 셈이다. 즉 완전히 무관심한 나라였던 것이다.

그런 나라를 위해서, 별 영양가도 없는 보이콧 같은 걸 벌였을까? 하는 회의가 든다. 독재국가의 인권을 논하는 한편으로 최첨단 기술의 고문도구를 그 나라에 수출하는 강대국의 생리상, 해 봐야 별 티도, 모양새도 안 나는 일에 뭐 그리 적극적으로 나섰겠는가 하는 게 내 솔직한 생각이다.

당장 중국에 대한 강대국들의 태도를 보면, 가장 강경한 보이콧이 기껏해야 개막식 불참이다. 개막식 이후의 경기에는 참석하겠다는 뜻이다. 올림픽 완전 불참을 선언한 강대국은 내가 알기로는 아직 없다. 그리고 아마도 앞으로도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이미 이념의 시대는 지나갔다.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의 친미 국가 단체 불참, 이에 대한 보복으로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의 친소 국가 단체 불참 같이 양 진영을 한꺼번에 묶어주는 연결고리는 사라져 버렸다. 아무리 싫어하고 욕해도, 이미 독일의 경제규모를 넘어선 중국의 영향력을 무시하기는 쉽지 않다. 아니, 불가능하다.

강대국이 이럴진대, 정말로 인정하긴 싫지만 중국 옆에 바싹 붙어 있는 작은 나라인 우리나라가 무슨 힘을 쓸 수 있겠는가? 개막식 불참 선언조차도 못하는 우리나라를 보면, 차라리 서글프다.

티벳을 바라보면서도, 체념 비슷한 기분이 든다. 지금 티벳의 상황은 1919년의 우리나라의 상황과 비슷하다. 미국대통령 윌슨의 민족자결주의 원칙 하나만 바라보며 전국적인 봉기를 일으켰지만 국제 사회의 무관심 속에 좌절되고 만 상황. 당시 우리나라가 완전히 착각하고 있었던 건, 민족자결주의가 나오게 된 원인인 1차세계대전에서 일본은 승전국이었다는 사실이다. 패전국인 독일을 짓누르기 위해 나온 민족자결주의가 승전국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을 전혀 몰랐던 것이다. 참담한 상황이었다.

중국의 전세계를 아우르는 막강한 영향력 아래에서 독립을 부르짓는 티벳을 보면, 너무나 그 당시의 우리나라와 비슷해서 안타깝다. 강대국의 정치권에서는 형식에 불과한 반대성명만 발표할 뿐이고, 티벳의 독립을 지지하는 이들은 리처드 기어로 대표되는 문화계 인사들 뿐이다. 아무리 이들이 세계적 지명도를 가지고 있다 해도, 홍보의 효과는 얻을지언정 티벳이 정말로 독립할 수 있을 것인가?

우리나라가 독립할 수 있었던 건 일본이 패전했기 때문이다. 중국이 일본의 패전 상황과 비슷한 극단적인 혼란 상황에 빠져 그 영향력을 상실하지 않는 한, 티벳을 비롯한 소수민족 자치구가 독립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중국이 공산당 일당독재를 끝내고 민주정치를 시작한다 해도, 방대한 영토에 걸쳐 있는 소수민족 자치구만은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이스라엘이 만든 거대한 장벽에 갇혀 하루하루 천천히 말라 죽어가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볼 때도 참담하기만 하다. 앞으로 100년은 족히 그 막강한 영향력을 유지할 미국의 힘을 등에 업은 이스라엘에 형식적인 항의만 되풀이할 뿐, 아무도 현실적인 도움을 주지 않는 그 현실을 볼 때마다, 미국의 영향력이 쇠할 때까지 살아 있어만 달라고 조용히 빌어본다. 아무리 사는 게 지옥 같아도, 살아남아야 한다고...

정말이지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두렵지 않은 곳에 태어난다는 것이 얼마나 요행인가를 느끼는 요즘이다.

by 다크초콜릿 | 2008/04/29 19:26 | 개인적인 생각 | 트랙백(1)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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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With Sunny S.. at 2008/04/30 10:06

제목 : 중국과 티벳, 그리고 올림픽 - 억수씨에게 배운다 ..
중국 덕분에 시끄럽다. 사실, 정확히 표현하자면 중국의 올림픽과 티벳 사태에 대한 세계 여론이 시끄럽고, 그에 대한 중국의 대처와 이와 관련된 이번 성화봉송에 대한 중국인의 태도, 그리고 중국 유학생들의 폭력 시위(이게 어떻게 시위인가?)아닌, 폭동사태에 대한 반응이 시끄럽다. 중국인들의 이번 폭력사태에 대해 말하기 전에 우리가 왜 이 땅에서 중국과 티벳의 문제로 인한 충돌을 보아야 할까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그에......more

Commented by 박민성 at 2008/04/29 21:11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혹 강대국으로부터 독립하는 약소국이 가끔씩 있다는건 참 신기한 일입니다.
Commented by 다크초콜릿 at 2008/04/30 15:42
박민성님//그렇게 독립한 약소국들이 아이러니하게도 자기를 지배했던 나라를 옹호하는 걸 보면(영연방 국가들 같은 경우가 있지요), 우리나라의 철저한 반일이 오히려 정말로 신기한 경우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 걸 식민지의 후유증이라 할 수 있겠지요.
Commented by 미녀딜러구경하기 at 2015/07/25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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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미녀딜러구경하기 at 2015/08/11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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