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온 스물 다섯. 국내에서 8월 1일의 개기일식에 도전해 보자!

이번 8월 1일의 개기일식이 러시아와 중국 실크로드 인근이라는 상당히 좋지 않은 접근성 때문에 한국인들에게는 거의 물건너간 거라고 봐도 좋을 정도로 우리나라에서는 잠잠하다. 뭐 지독한 불경기 탓도 있지만, 애초에 한국인들은 개기일식에 별 관심이 없다. 관심이 있어도 아직까지는 단지 개기일식만을 위해 여행에 나선다는 과감성을 감히 발휘하는 단계에까지는 이르지 못하는 것 같다. 이러한 어렴풋한 관심에 폭발적인 불을 붙이려면 어떤 계기가 있어야 하는데, 내년 7월 22일 중국 상하이를 지나가는 개기일식이 그 계기가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일본인들의 개기일식 사랑은 세계 그 어떤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데, 그 계기가 된 것이 바로 1988년 3월 18일에 일본의 머나먼 영해, 이오지마 부근을 지나간 개기일식이었다. 육지에서는 관측이 불가능한 탓에 관측을 위한 선박이 동원되는 등 일대 붐을 일으켰는데, 버블의 절정기였던 만큼 '좋아하는 것은 뭐든지 한다'는 당시 일본인들의 사고방식과 화학작용을 일으킨 셈이 되었다. 이때 개기일식 관측의 짜릿함을 체험한 사람들이 이후 전 세계로 개기일식을 보러 지구 끝까지 쫓아가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내년 7월 22일 이후 그런 사람들이 많아지기를 바란다. 아마 내년 7월 22일을 전후해서는 상하이 행 항공권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일 것이다. 나도 일찌감치 이번 겨울에 예매해 두려고 생각하고 있다. 이 개기일식이란 게 엄청난 중독성이 있어서, 한 번 경험하고 나면 또다시 찾아나서지 않고는 못 배기게 된다.

일본과 서구 선진국에는 이번 8월 1일의 개기일식을 위한 투어가 잔뜩 마련되어 있다. 장소 자체가 시베리아 아니면 실크로드라는 이국적인 풍광을 자랑하는 곳인지라, 연계하기가 수월한 것 같다. 그런데 실크로드가 워낙 인기가 좋다 보니 이쪽으로 가는 투어가 압도적으로 많다. 사실 내 예상으로는 러시아 쪽이 직항편이 가능한 대도시 노보시비르스크가 있기 때문에 더 인기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짧은 개기일식의 아쉬움을 메꿔줄 만한 연계 상품이 많은 실크로드 쪽이 확실히 더 유리하다고 소비자들과 여행사들은 판단했나 보다.

현재 국내에서 내가 찾아낸 개기일식 여행상품은 이곳 뿐이다. 이름도 먹음직스러운 와플 투어에서 준비한 상품인데, 유가가 올라서 그런지 확실히 가격이 비싸다. 올해는 재정 상태가 안 좋으니 포기하고 내년을 기약하는 수 밖에...

그런데 사실, 개기일식이 아니라 해도 태양과 달의 상호작용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국내에서도 비록 해질녁의 부분일식이나마 관측이 가능하다.

단 조건이 있다.
서쪽에서 북쪽에 이르는 지평선이 탁 트여 있어야 한다는 것.

요즘 유행하는 스텔라리움으로 서울에서의 8월 1일 하늘을 구동시켜 보니, 저녁 7시 18분 무렵부터 달이 해를 가리기 시작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렇게 서서히 해가 달에 가려지면서 해는 점점 낮게 가라앉아 달에 가려진 상태에서 7시 41분 지평선으로 완전히 져 버린다.

해가 지는 방향은 정서쪽에서 약간만 북쪽으로 올라간 곳이다. 하지때 북쪽으로 한껏 올라가서 졌던 해가 한 달 넘게 남쪽으로 내려온 참이다. 그러니까 정서쪽에서 정북쪽 방향으로 3분의 1 정도만 탁 트여도 해가 질 때까지 관측하기엔 아쉬움이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수도권을 기준으로, 이런 조건을 만족시키는 곳은 어디일까?

우선 무조건 바닷가로 나가야 한다. 내륙에서는 산 아니면 빌딩이 시야를 가로막는다. 수도권 그 어느 지역도 이런 장해로부터 자유로운 곳은 없다. 다행히 바다는 아주 가깝다. 게다가 대중교통으로 얼마든지 접근할 수 있다.

지도를 샅샅이 찾아보며 서쪽 수평선에 막힘이 없는 곳을 찾아본 결과 내가 점찍은 곳은 바로 오이도이다. 조개구이로 유명한 곳.

강화도에서 영종도에 이르는 거대한 장벽이 서쪽 수평선을 계속 가로막다가 겨우 벗어나는 곳 중에서도 대중교통으로 확실하게 접근이 가능한 곳이 바로 오이도이다.

다소 불안한 점은 있다. 서쪽 수평선 방향으로 영문을 알 수 없는 간척지가 건설되고 있다. 구글 어스로 설명하자면 이렇다.
왼쪽에 직사각형으로 떠 있는 것이 인공 간척지이다. 이게 정체가 뭔지 설명해 주실 분? 혹시 이곳도 접근이 쉬운지 궁금하다. 사실 관측하기에는 오이도보다 이 곳이 더 적지이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무슨 공단 같기도 하고, 국가 시설 같기도 하고, 아리송하다.
이 곳이 우리가 가야 할 목적지, 오이도이다. 온통 횟집과 조개구이집이 즐비하다고 하는 이 곳. 이런 횟집만 잔뜩 있는 분위기는 정말 싫어하긴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다.

과연 오이도는 이 날 탁 트인 수평선을 선사해 줄 것인가? 이 날 해는 맑은 하늘을 가로지를 것인가? 이 모든 것보다도, 이 날은 과연 얼마나 더울 것인가? 사실은 그게 가장 궁금하다... ^^; 땡볕에서 해를 바라봐야 하는 작업이니 만큼...

by 다크초콜릿 | 2008/07/18 00:09 | 개기일식 이야기 | 트랙백(1) | 핑백(1) | 덧글(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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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wandering th.. at 2008/07/18 13:39

제목 : 개기일식이라...
세 온 스물 다섯. 국내에서 8월 1일의 개기일식에 도전해 보자! by 다크초콜릿시베리아에서나 볼 수 있다니 개기일식을 보는 것은 포기한다치더라도부분일식은 볼 수 있지 않을까?다크초콜릿님 글에 따르면, 8월 1일 저녁 7시 20분에 한국 서쪽에서 부분일식을 볼 수 있단다.그 시간이 캘리포니아에서는 언제일까 열심히 머리 굴렸다.16 시간 늦으니까, 7월 31일 새벽 3시.오호.. 내가 라스베가스의 높은 타워를 자랑한다는 St 뭐시기 호텔......more

Linked at 추유호's encycloped.. at 2008/07/21 23:50

... 다음 주 8월 1일은 일식이 있다. 위키피디아로 지도를 슬쩍 확인했을 때는 당근 한국에서는 못 보겠다고 생각했는데 다크초콜릿님의 포스트를 보니 한국에도 부분일식을 볼 수 있겠다 싶네. ㅎㅎ 그래서 예전에 Mizar님의 소개로 알게 된 스텔라리움을 실행해 봤다. 시간을 굴리고 머리를 굴리 ... more

Commented by 추유호 at 2008/07/18 00:43
그렇군요. :) 8월 1일은 금요일이라 애석하네요. ㅎㅎ
내년 7월식은 저도 노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항공권을 그렇게 일찍 사야 할 줄은 몰랐네요. 저도 겨울에 예매해야겠습니다. :)
요즘 항저우 날씨를 매일 보고 있는데,(내년 이맘때이니까요) 요즘 계속 날씨가 맑던데요. 태풍만 안 오면 성공적으로 관측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다크초콜릿 at 2008/07/19 23:03
하하, 괜히 노파심에 일찍 사두려는 것 뿐입니다. 여름방학이랑 겹치니까 더 걱정이 되어서요.

정말로 태풍이 관건입니다. 이번에 북상하는 태풍 갈매기를 보니 내년 이맘 때도 안심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
Commented by 가고일 at 2008/07/18 09:26
오이도보다 영종도 을왕해수욕장이 더 서쪽이고 조용해서 여건이 괜찮아 보입니다.
(저는 그때는 한국에 없을거 같지만.ㅡㅡ;)
Commented by 가고일 at 2008/07/18 09:26
영등포에서 301번 좌석버스로 한번에 갈수 있다더군요.
Commented by 다크초콜릿 at 2008/07/19 23:03
오, 좋은 정보 정말 감사합니다. 을왕 해수욕장도 물망에 올랐었는데, 한번에 가는 버스가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
Commented by J H Lee at 2008/07/18 11:16
그림자가 일식이 보이는 범위고, 다른 어두운 부분은 태양이 지는 지역을 의미하는것 같은데..


타이밍이 더럽군요.
Commented by 다크초콜릿 at 2008/07/19 23:04
정말 미묘한 타이밍이지요. 아예 못 보는 것보단 낫다고 위안하고 있긴 합니다만... ^^
Commented by LoneTiger at 2008/07/18 12:26
송도에 있는 LNG 인수 기지 입니다. 출입 제한 구역로 바뀌었을듯 싶네요
Commented by 다크초콜릿 at 2008/07/19 23:05
뭔가 국가 시설일 거라 짐작은 하고 있었습니다. ^^
Commented by 꼬깔 at 2008/07/18 12:48
얼마 정도나 가려지나요? 강화도 쪽은 어떨까요?
Commented by 다크초콜릿 at 2008/07/19 23:07
사실 별로 가려지지는 않습니다. 한 30% 정도? 일식 전용 안경이 없으면 보이지도 않을 겁니다.

승용차로 간다면 강화도도 좋겠지만, 방금 얻은 정보에 의하면 영종도의 을왕 해수욕장이 더 접근성이 좋아 보이는군요. ^^
Commented by jewel at 2008/07/18 13:40
부분일식이라도 보고 싶지만, 여긴 새벽이네요. 흑.
Commented by 다크초콜릿 at 2008/07/19 23:07
해외에 사시는 군요. 어차피 한국에서도 개기일식은 아니니까요... ^^
Commented by 천하귀남 at 2008/07/19 12:59
송도LNG인수기지 인데 성냥하나 잘만그어준다면 서울에서도 밤을 대낮보다 밝게 즐길(?)수있는 불꽃놀이를 만들어 줄겁니다.
출입금지정도가 아니라 무단침입이면 상당한 경을칠곳일겁니다.인줄알았는데...

내부에 공원과 관람시설이 있고 밤10시까지 이곳의 셔틀버스가 있다는군요.
확인해볼 가치는 있어보입니다.
Commented by 다크초콜릿 at 2008/07/19 23:09
헉, 덧글 내용에 절묘한 반전이... ^^;

그런데 지도를 살펴보니 공원은 기지의 동쪽이라서 서쪽 수평선을 보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군요. 좀 더 생각해 봐야 할 듯 합니다...
Commented by kamooraok at 2008/07/25 00:47
정체불명의 지역 인천 송도 LNG기지입니다
Commented by 다크초콜릿 at 2008/07/25 16:38
예, 저도 이번에 처음 알게 된 정보입니다. 고맙습니다. ^^
Commented by translim at 2008/07/25 02:30
정체불명의 지역은 인천 송도 LNG 기지가 맞숩니다.

접근방법은 차나, 인천지역에 운행하는 셔틀버스를 이용하면 됩니다.

인수기지 안에 핼스클럽, 수영장등의 시설이 있기 때문이죠. 인천지하철 동막역에서 내리신뒤

한시간에 한대씩 오는 무료 셔틀버스 타고 들어가면 가실 수 있을 겁니다.
Commented by 다크초콜릿 at 2008/07/25 16:39
언제 한 번 가 보는 것도 좋을 것 같군요. 어쩐지 멋질 것 같습니다. ^^
Commented by 사랑 at 2008/08/01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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