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온 예순 다섯. 2009년 7월 22일 개기일식 여행 계획

이런 건 벌써부터 떠벌려봤자, 워낙 변수가 많아서 막상 그 때 가서는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아무튼...

2006년 3월 29일 터키 개기일식 여행을 어머니와 단 둘이서만 갔다 온 것이 너무 아쉬워서 다른 가족들에게도 일생에 꼭 한 번은 봐야 하는 거라고 설득한 끝에 중국 상하이로 가족 여행을 하게 될 것 같다. 특히나 중학교 2학년인 조카는 어린 나이에 일생일대의 경험을 하게 되는 셈이다. 내가 어릴 때 지금처럼 해외여행이 쉬웠다면 나도 진작에 경험하고 싶었으니까...

위안화의 환율이 너무 폭등해서 걱정스럽지만, 둘째 누나가 베이징에 살고 있다는 점이 그나마 다행이랄까. 기왕 가는 해외여행인데 새로울 것 없는 중국의 대도시라니, 실망스럽기 짝이 없지만, 얼마 전 포스팅에서도 썼듯이, 여행은 어디에 가느냐보다 누구와 함께 가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걸 잘 알고 있으니까, 사실 기대는 꽤 크다. 우리 가족이 몰려 다니면서 좌충우돌 온갖 우여곡절을 겪으며 재미있게 지내는 사람들인지라... 그렇다고 시끄럽게 주변에 민폐를 끼친다는 뜻은 아니고, 그냥 별 일 아닌 것 가지고도 우리끼리 깔깔거리며 재미있게 잘 노는 사람들이다.

위안화가 폭등하기 전 둘째 누나에게 놀러 갔다가 상하이에도 간 적이 있는 가족들 말에 의하면, 상하이는 워낙 국제적인 대도시이기 때문에 숙박비가 장난이 아니라고 한다. 따라서 상하이에서의 체류기간을 최대한 짧게 하는 데에 이번 여행의 승패가 달려 있다. 예산은 한정되어 있으니까.

대략 초안은 이렇다.

둘째 누나가 사는 베이징으로 날아간다. 대략 7월 19일이나 20일경? 둘째 누나의 사는 모습을 찬찬히 살피며 여유있게 지내고 싶지만, 그 무렵은 가족 모두가 바쁜 시기여서 그럴 수가 없다.

7월 20일 저녁 밤기차를 타고 상하이로 향한다. 사실 국내선을 타면 두 세 시간만에 갈 수 있는데 굳이 기차를 타는 이유는, 우선 훨씬 싸기 때문이기도 하고, 어머니가 중국 국내 항공편의 안전성을 절대로 못 믿으시기 때문이고(아무리 설득해도 완고하시다), 그리고 중국의 침대차가 꽤 즐거운 추억을 안겨주기 때문이기도 하다. 가족끼리 독차지한 침대칸에서 싸 온 음식을 까 먹으며 수다를 떠는 재미란 게 꽤 쏠쏠하다. 게다가 어쨌든 교통편과 숙박이 동시에 해결되는 셈이니까.

7월 21일 아침 상하이에 도착하면, 호텔 체크인 시간까지 비는 오전 중에 상하이의 명소를 둘러 볼 생각이긴 한데, 걱정되는 것은 상하이의 지독한 무더위이다. 습도가 높아서 더위가 장난이 아니라는데, 아무리 짐을 최소한으로 가지고 간다 해도 예삿일이 아닐 것 같다. 체크인 하기 전에 카운터에 짐을 맡기는 방법도 있다니까 그 방법을 쓰면 될지도...

그런데 짐이 없다 해도, 한여름의 뙤약볕 아래를 돌아다니는 건 여전히 내키지 않는 일이니까, 즉흥적이기로는 둘째 가라면 서러울 우리 가족들은 좀 돌아다니다가, 이렇게 더운데 왜 돌아다녀야 돼? 하고 어디 시원한 데를 찾아 들어갈지도 모른다.

전날 상하이에 가는 이유는, 개기일식 당일에는 이동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제대로 자리잡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개기일식이 오후에 일어나면 당일에 상하이에 도착해도 그런대로 준비할 수 있지만 오전에 일어나기에 당일 오전에 바쁘게 움직이다가는 우왕좌왕하기 십상이다.

7월 22일 아침, 상하이의 최고 명소인 와이탄으로 가서 개기일식을 기다린다. 동방명주가 마주 보이는 곳, 과거 외국의 조계지 시절의 건축물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무척 아름다운 곳이라는 가족들의 경험담을 듣고 베이스 캠프로 정하긴 했는데, 글쎄?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나만이 아닐 것이라는 것이 문제이다. 전 세계에서 몰려온 관광객들이 몰려와 북새통을 이룰 텐데... 가뜩이나 사람 많은 중국에서 일부러 더 사람 많은 곳으로 굳이 일부러 내 발로 찾아 걸어갈 필요가 있을까 고민 중이다. 해만 보인다면 어디라도 상관 없으니까, 근사한 노천 카페라도 하나 눈여겨 봐두었다가 느긋하게 룰루랄라 기다리는 게 현명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이건 예전에 터키에서 못 해 본 이벤트이기도 해서... 그 때는 노천 카페보다도 훨씬 더 근사한 고대 신전이 우리를 맞이했으니까.

이번에도 일행이 단출하다면 개기일식대의 중앙에 자리잡고 있는 자오싱 시까지 가서 조금 더 긴 개기일식을 만끽하겠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몰려 다니다 보면 내 주장을 관철시키기 어려울 게 뻔하기 때문에, 이동거리를 줄여서 더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방법을 택했다. 약간 아쉽긴 하지만, 혼자 다니는 것보다는 더 즐거울 테니까.

어디를 가든 간에, 상하이 하늘 아래에만 있다면 개기일식의 관측은 확실한 일이니까, 날씨 운만 따라준다면 오전 중에 관측은 끝나게 된다. 아마도 이날 저녁 밤기차로 다시 베이징으로 돌아가게 될 테니까, 그 때까지 남은 시간 동안 상하이 시내를 돌아다니며 보내게 될 것이다.

그리고는 베이징으로 돌아와서, 아마도 곧장 한국으로 돌아오게 될 것 같다. 워낙 빠듯하게 시간을 낸 참이라서...

대략은 이런 식으로 일정을 짜 봤는데, 워낙 즉흥적인 사람들인지라 뭐가 어떻게 바뀔지 모르겠다. 상하이가 의외로 마음에 들어서 하루 이틀 더 머물기로 마음을 바꿀지도 모르고, 어렵게 간 김에 둘째 누나와 베이징에서 더 지내다 올 지도 모르고...

모든 건, 7월이 되어 봐야 안다는 것.

기대된다...

by 다크초콜릿 | 2009/02/11 18:35 | 개기일식 이야기 | 트랙백(1) | 덧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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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추유호's encycl.. at 2009/02/11 18:40

제목 : 2009년 일식 관측 계획
1. 도입 2009년 7월 22일에는 21세기 사상 최대 지속시간을 자랑하는 개기일식이 일어난다. 그 관측 가능한 지역이 드물게도 한국에서 아주 가까운 곳을 지나간다. 이것은 내 일생에서 개기일식을 관측할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가 될 것 같다. 공교롭게도 올해 10월 달력이 내년 7월 달력과 완전히 동일하므로 이것을 보고 계획을 세워본다. 2. 장소 인도와 북태평양 지역은 현실적으로 어렵고, 중국의 항저우 부근(상하이 남서부) 지방과 일......more

Commented by 추유호 at 2009/02/11 18:40
저는 일본으로 일정을 짜고 있습니다. :)
저도 계획을 세우고는 있는데 견적이 안 나오네요-_-
Commented by 다크초콜릿 at 2009/02/13 00:33
일본은 섬까지 가려는 경쟁이 엄청날 텐데요... 저는 검토해 보다가 답이 안 나와서 포기했는데...

아무쪼록 행운을 빕니다... ^^
Commented by 백대현 at 2009/02/14 16:32
그래? 나도 한번?
상하이 가면 더운데 돌아다니지 말고
공원이 하나 있거든 거긴 그나마 시원하니까
거기가 낫지 않을까?
개기일식이라....... 나도 함 생각해 봐야겠다.
Commented by 다크초콜릿 at 2009/02/16 00:27
가족들 다 함께 가기로 일단 얘기는 됐는데, 어떻게 될런지는 모르겠다...

워낙 위안화가 장난이 아니게 올라서... 작년에 갔다온 것보다 2배 가까운 환율로 올라 버렸으니... 그때까지 열심히 돈을 모으는 수 밖에...


너도 승이 씨랑 함께 갔다 오면 멋진 추억이 될 텐데...
Commented by 최지영 at 2009/05/31 19:01
저도 기말고사 잘 맞으면 같다오기로 했어요 제일 처음의 동영상 재밌네요>,.<
아 기다려진다
Commented by 다크초콜릿 at 2009/06/03 23:40
시험 잘 보셔서 꼭 다녀오시길 바라겠습니다... ^^
Commented by 플래닛차이나투어 at 2009/06/18 15:50
안녕하세요, 7/22일 중국 개기일식 참관단을 모집중에 있습니다,, 참고 부탁드립니다,, 외국 관광객들은 2008년 부터 호텔예약해 놓고 대기중이라고 합니다.
Commented by 별아저씨 at 2009/07/09 14:02
오늘 비행기 편 끊으려고 합니다.
Commented by 다크초콜릿 at 2009/07/16 20:10
상하이 어딘가에서 서로 스쳐 지나갈지도 모르겠군요... ^^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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