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온 예순 여섯. <돌로레스 클레이본>에 등장하는 개기일식

상하이 개기일식에 대해서 위키를 별 생각없이 뒤적이던 중, 뜻밖의 사실을 알아냈다.

영화로도 만들어진 스티븐 킹의 소설 <돌로레스 클레이본>에 결정적인 장면으로 등장하는 개기일식이 실제로 일어났던 것이라는...

소설도 영화도 본 적은 없지만, 주인공 돌로레스 클레이본이 개기일식이 일어나는 동안 남편을 살해하는 장면만은, 어디 영화 잡지에서 읽어서 알고 있다. 그리고 그 장면은 내게 강한 인상을 주었다. 개기일식이 일어나는 동안의 살인이라니...

대단한 상징성을 가진 행위가 아닐 수 없다. 달(여성)이 해(남성)을 잠시 압도하는 동안, 여성이 남성을 제압할 수 있는 잠재력을 발휘해서 마침내 그 동안 억눌려 왔던 것들을 해소하기 위해 남성을 제거한다는... 엄청나게 멋진 장면이 아닌가!!

잡지의 영화 소개란에서 읽은 것만으로도 너무나 강한 인상을 받아서 언젠가는 영화를 봐야겠다고 생각하고는 있었는데, 기회가 없어서 아직까지 보지 못했다.

하지만 어쩐지 이 개기일식이 실제로 일어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은 늘 품고 있었다.

<레이디 호크>라는 중세 판타지 영화 속의 개기일식이 실제로 일어난 것이라고 생각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말 그대로 전설에 가까운 판타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돌로레스 클레이본>은 현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기 때문에, 누구나 기억하고 있을 자연현상을 함부로 창조해 내기가 상당히 조심스러운 법이다. 인간이 겪을 수 있는 자연현상 중에서도 가장 압도적인 경험을 선사하는 개기일식이라면 더욱 더.

아니나 다를까, 작품 속 개기일식은 1963년 7월 20일, 미국 메인주를 중심으로 지나간 실제 개기일식을 묘사한 것이라 한다. 1947년 메인주 출생인 스티븐 킹이 16살 무렵에 직접 체험한 강렬한 경험이 모티브가 된 것이다.


하나밖에 없는 딸을 지키기 위해서 평생 폭력을 휘둘러 오던 남편을 살해하고 모든 죄를 자신이 감당하려는 강한 여성 돌로레스 클레이본. 해가 달에 가려지면서 온 세상이 잠시 어둠에 잠긴 개기일식 동안에 그녀는 평생동안 참아 왔던 분노를 담아, 딸을 위한 정의를 실천한다. 그런 어머니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딸. 하지만 이내 망각 속에 묻혀 있던 어두운 기억이 드러나기 시작하는데...

가장 용서할 수 없는 범죄, 근친강간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결말은 모르지만, 아마도 강한 여성들 간의 연대로 끝맺을 것이다. 작품 속에 강하게 부각되는 개기일식이 상징하듯이...

세상에는 참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수많은 일들을 저지르며 살아가고 있지만, 그 수많은 사람들을 해와 달은 무심하게 내려다 보고만 있다. 그런 무심한 하늘 아래, 다른 사람들이 달이 해를 가리는 자연의 경이 앞에 숨을 죽이고 있을 때, 지긋지긋하게 고통받아 오던 누군가는 살아남기 위해,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기도 할 것이다. 해와 달은 자신을 위해서 아무것도 해 주지 않기에...

그런 이야기이다. 작품을 보지도 않은 주제에 너무 건방지게 단언하는 것 같긴 하지만...

문득 이 작품이 보고 싶어진다...

by 다크초콜릿 | 2009/02/14 15:59 | 우주 이야기 | 트랙백 | 핑백(1)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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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我的雲 at 2009/02/16 20:10
재미있는 정보 잘 읽고 갑니다. <돌로레스 클레이본>을 읽을 때마다 이게 진짜일까, 하는 생각 하곤 했는데..진짜라니, 놀랐습니다!
Commented by 다크초콜릿 at 2009/02/16 22:41
저도 이번에 알게 되어서 정말 짜릿했습니다.

저도 언제 책이라도 한 번 읽어봐야겠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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