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정에는 다소 변경이 있었다. 가장 큰 변수는 둘째 누나가 중국에서 돌아왔다는 것. 그래서 베이징에 들를 이유가 없어져 버렸고, 그만큼 여행 일정은 아주 단순해졌다.
그리고 또 하나는 개인적인 용무 때문에 가족과 중국 여행을 온전히 함께 할 수 없다는 점. 개기일식만 보고는 서둘러 나 혼자 귀국을 재촉해야 하는, 조금은 서글픈 신세가 되어 버렸다.
간단한 여행 일정 공개.
7월 21일 화요일 인천 국제공항에서 출국해서 상하이 푸둥 국제공항으로 입국한다. 상하이 시내를 잠깐 구경하며 오후 시간을 보낼 텐데, 워낙 습하고 무더운 시기라서 거리를 돌아다니기 보다는 냉방이 잘 되는 실내에 죽치고 있을 확률이 높다. 상하이 제1의 번화가인 난징루의 백화점이나 쇼핑센터를 섭렵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딱히 물건을 산다기 보다는, 그냥 아이쇼핑. 왜냐, 눈독 들여 놓았던 건 이미 출국하면서 면세점에서 쇼핑을 마쳤을 테니까.
그렇게 저녁 나절까지 돌아다니다가, 상하이 남역으로 이동해서 기차로 상하이 외곽의 진샨구로 향한다. 행정구역상으로는 상하이 시지만, 개발을 시작한지 얼마 안 되는 바닷가이다. 하지만 진샨 해수욕장은 현지에서는 꽤 유명하다고... 그래서 조카에게 수영복을 챙기라고 이를 참이다. 해수욕에 별 관심없는 어른들은 그냥 구경만 한다 쳐도, 한창 잘 뛰어놀 나이인 조카가 해수욕장을 보고 좀이 쑤시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으니까.
굳이 듣도보도 못한 상하이 외곽으로 이동하는 이유는, 개기일식의 지속시간 때문이다.
상하이 중심가에서 조금만 벗어난 이곳에서 개기일식 지속시간은 5분 54초 가까이 된다. 상하이 중심가보다 1분 가까이 더 긴 지속시간,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는 탁월한 조건이다. 게다가 접근성도 뛰어나서, 상하이 시내에서 곧바로 이동이 가능하다.
문제는, 7월 성수기를 맞은 해수욕장 때문에 숙박비가 부르는 게 값일 지경일 것이라는 점인데, 사실 이게 전체 일정 중 가장 큰 고민거리이다. 개기일식이 아침 9시 30분 경에 시작되다보니, 다른 곳에서 숙박하고 현지로 이동한다는 게 꽤 어렵다. 상하이 중심가에서 곧바로 가는 교통편이 있다고는 해도, 아침 일찍부터 자주 있어줄 지는, 현지에 가 보기 전에는 모르는 일이다. 그래서 일단 현지에 가서 머무는 것으로 예정을 잡고는 있다. 하지만 기차편 시간을 조금만 조사해 보면 계획이 바뀔지도...
하지만 어차피 상하이 시내도 비싼 숙박비로 악명이 높기 때문에,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 이동하기 보다는 현지에서 편히 머무르는 쪽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상하이 시내에서 자든 진샨구에서 자든간에, 두근거리는 하룻밤이 될 것이다. 그렇게 짧은 여름밤이 지나가고 나면 7월 22일. 대망의 D-day이다.
아침 일찍부터 바닷가로 나가서 개기일식 관측 준비를 한다.
지난 번 2006년 3월 29일의 개기일식과는 달리, 이번에는 장비를 좀 갖추었다. 망원경을 가져가는 건 아니지만, 개기일식 직전에서 직후까지, 6분 남짓한 동안을 고스란히 캠코더에 담겠다는 야망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캠코더 삼각대까지 마련했다. 캠코더를 고정시켜 놓고 개기일식 시작 직전에 녹화버튼만 눌러 놓으면 나머지는 캠코더가 알아서 하겠지. 찍은 영상을 이글루에 올리고 싶기는 하지만, 6mm 캠코더이다 보니 영상변환 문제도 있고, 언제 올리게 될지는... 인터넷으로 공부를 해 보면 되겠지만...
그 동안에 나는 가족들과 함께 이런저런 기념사진을 찍고 개기일식을 감상하고, 마음껏 즐기기만 하면 된다. 어차피 6분 가까운 긴 지속시간이니 얼마든지 질릴 정도로 감상할 수 있다. 그래도 끝나는 순간에는 여전히 아쉽겠지...
그렇게 허무할 정도로 짧은 개기일식은 끝이 나고, 다시 상하이 시내로 이동해서, 예원이나 와이탄 등 유명한 관광지를 둘러볼 텐데, 여전히 날씨가 관건이다. 가장 더운 시기에 과연 얼마나 제대로 야외 관광을 할 수 있을지... 다른 가족들은 불평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로서는 개기일식 관측만 성공적으로 마쳤다면 아무래도 좋다. 너무 이기적인 생각인가? ^^
그리고 다음날인 7월 23일, 개기일식 못지 않게 허무하도록 짧은 중국 여행을 나 홀로 마치고 푸둥 국제공항으로 가서 귀국편에 몸을 싣는다는 게 나만의 여행의 끝이다. 나머지 가족들은 쑤저우나 그 밖의 지역을 좀 더 둘러보고 나중에 오겠지...
하지만, 이렇게 말하면 미쳤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거창하고 요란하게 돈을 들여서 간 중국이라 해도, 개기일식 관측만 성공한다면 이렇게 빨리 돌아오는 것이 하나도 아쉽지 않다.
그게 바로 개기일식 매니아들의 본질이다. 모든 여행의 중심이 개기일식 하나에만 맞춰져 있는 것. 다른 관광은 부수적인 요소일 뿐이다... 나 정말 미친 것 같아... 하지만 진심인 걸... ^^;
# by | 2009/06/30 21:16 | 우주 이야기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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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요 근래에는 가장 식분이 큰 일식이 맞을 겁니다. 한국에서도 꽤 멋진 장관이 되겠지요.
학생이라서 길도 잘모르고 그래서 그러는데..
가기전에 한번 만나봐도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