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퍼뜩 정신이 들어서 이렇게 글을 남긴다. 천문학 전문 블로그를 지향하는 사람으로서 도저히 함부로 그냥 넘어갈 수는 없는 역사이다. 비록 하루 전이긴 하지만 할 수 없지. 막상 그 날에는 중국행 항공기에 몸을 싣고 있을 테니...
1969년 7월 21일 오전 11시 56분(한국시간), 미국의 닐 암스트롱이 인류 역사상 최초로 지구가 아닌 다른 천체에 첫 발을 딛는다.
인류 역사에 있어서 그 이전과 그 이후를 가를 수 있는 사건을 꼭 한 가지만 꼽으라고 한다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이 사건을 꼽을 것이다.
그 이전까지의 모든 영광과 오욕과 좌절과... 그 모든 희노애락이 지구라는 천체에 붙박혀서 벌어진 것들이었다면, 이제 비로소 인류는 그 활동 영역을 두 천체에 걸쳐 아우를 수 있게 된 것이니,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시대가 열렸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늘을 날아보고 싶다는 꿈을 가진 이라면, 하늘을 훨훨 날아올라, 저 멀리까지 날아올라, 지구의 중력을 이겨내고 마침내 벗어나 다른 천체로 날아가 발을 디뎠다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인지 잘 알 것이다. 비행의 꿈은 결국엔 우주와 만나게 되고 만다.
당대인들은 어떤 충격을 받았던 것일까? 아무리 수 차례의 성공적인 미션을 수행했던 미국인이라 해도 그 충격은 다른 지구인들과 똑같았으리라.
사람이 달에 발을 디뎠다니...
1969년의 한국은 고색창연한 풍경 그 자체이다. 1969년의 풍경을 보다 생생하게 재연해 보고 싶어서 1969년에 제작된 영화를 여러 편 보았지만, 컬러 필름으로도 그 당시의 고색창연함은 가시지를 않는다.
막 세련되어지려고 하기 시작하는 시절의 풍경이 거기에는 담겨져 있다. 선진국과 마찬가지인 헤어 스타일과 패션이 존재하지만, 아직은 그 스타일을 소화하기는 버거운 듯, 곳곳에 충돌이 존재한다.
거리에는 아직도 한복을 입은 중늙은이 어르신과 부인들이 있었고(한복을 촌스럽다고 폄하하는 게 아니라, 스타일의 충돌을 얘기하는 것이다), 미니 스커트는 아직 소화불량처럼 풍경 속에서 거슬린다.
그렇게 전통이 아직도 곳곳에 남아 있는 한국에 사는 사람들에게 달에 발을 디딘 우주인의 소식은 어떤 느낌이었을까?
꼭 그 무렵, 한국에서 근무했던 전직 미군이 당시 촬영한 사진을 올린 사이트가 있다.
달에 첫 발을 디딘 닐 암스트롱과 first name이 같은 닐 미샬로프라는 분의 사이트이다.
사진을 감상하고 싶다면 이 곳으로...
사진 속에 나오는 사람들의 나이에 무조건 40년을 더하면서 사진들을 보노라면, 사진이 너무 생생해서 친근감을 느끼다가도, 그 풍경의 낯설음에 거리감을 유지할 수 밖에 없다.
바로 그런 시절에 누군가는 달에 첫 발을 디뎠던 것이다...
천문학에 대한 포스팅을 노렸건만,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 버렸다.
뭐, 독특하고 좋잖아?
# by | 2009/07/20 01:26 | 우주 이야기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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