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다섯시부터 깨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젯밤의 불안감이 저절로 잠을 깨게 만든 것이다.
창 밖의 하늘은 뿌옇게 흐려 있다. 안절부절 하다가, 마음을 비웠다. 하늘은 사람 뜻대로 할 수 없는 일, 어차피 복불복이다. 하늘에 맡기는 수 밖에... 자체 이동 수단이 없는 처지에 이제와서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도 없고... 또 이동을 한다 한들 어디로 간단 말인가? 어디가 어딘지도 모르는 판국에...
그렇게 마음을 비우고, 어제 저녁에 남은 음식을 마저 싹싹 긁어 먹어서 짐 부담을 줄이는 것으로 아침식사를 마치고 미리 불러 놓은 택시를 타고 진산 해변으로 향했다.
그런데 어째 좀...
택시가 마구 달리는데 표지판이 金山이 아닌 金沙라고 되어 있다. 지나가는 길목인가, 가볍게 생각하려는데, 저쪽 택시에서 호출이 왔다. 인원이 많아서 택시를 탈 때는 두 대에 나눠타고 다니니까.
둘째 누나가 그제서야 택시기사의 실수를 알아차리고 항의하고 있었다. 금산을 금사라고 잘못 알아듣고 우리를 금사 해변으로 데려간 택시기사.
지금 생각해 보면, 금산이나 금사나 거기서 거긴데 그냥 거기서 내릴 걸 싶긴 하지만, 당시 상황은 그게 아니었다. 잘못 찍힌 미터기의 요금을 누가 부담하느냐 하는 문제로 다툼이 생겨서 그만 그 문제는 잊어버리고 요금 문제에 온 가족이 몰두하게 된 것이다.
그냥 금사 해변에 내렸으면 맑은 하늘은 아니라 해도 그럭저럭 구름 너머로 해는 볼 수 있지 않았을까 싶긴 한데... 모를 일이다. 이미 지나가 버린 일이기도 하고, 워낙 하늘 전체에 구름이 두껍게 껴서, 그 정도 거리로는 별 차이가 있었을 것 같지도 않고...
한참을 다투다가, 결국 반반씩 요금을 부담하기로 하고 다시 금산, 즉 진산 해변으로 향했다.
꽤 오래 달려서 도착한 바닷가는, 유명한 해수욕장이라는 말답게 꽤 번화가이다. 아열대의 분위기까지 곁들여져서 꽤나 이국적인 바닷가 분위기가 난다.
내가 탄 택시가 먼저 도착해서 다른 택시를 기다리며 하늘을 보니, 해는 여전히 구름을 벗어날 줄 모른다. 관측에 실패할 것 같은 예감이 강하게 들지만 애써 부정해 본다.
다른 택시가 도착해서 가족이 모두 합류, 관측하기 좋은 장소를 찾아가는데, 아침부터 더위가 장난이 아니다.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긴장까지 겹쳐서 내 몸은 벌써부터 비라도 맞은 듯 땀으로 흠뻑 젖어 있다.
적당히 평평한 장소에 자리를 잡고 삼각대를 설치해 놓고 주변을 둘러보니, 현지인들은 물론이고 외국인들도 제법 눈에 띈다. 일식대의 중심 부근이라 이 곳에 눈독 들인 사람들이 역시나 많군.
시간이 지나 점점 개기일식 시간은 다가오는데, 구름은 걷힐 줄을 모른다. 부분일식은 이미 상당히 진행되었지만, 구름이 워낙 짙어서 보호 안경 없이도 해가 일그러진 게 보일 지경이다. 나는 어떡하라고...ㅜㅜ



이제 모든 건 하늘에 맡기자고 거의 자포자기한 상태로 망연자실, 앉아만 있었다.
삼촌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새로 산 디카가 신기한 조카가 마구 찍은 진산 해변 풍경 중 하나.
그리고, 마침내 운명의 시간은 다가와서, 개기일식이 시작되었지만, 그나마 구름 너머로 보이던 해가 완전히 모습을 감춰버렸다. 막막하기만 하다.

미리 드리는 말씀 : 이 동영상에는 개기일식 동안의 해는 전혀 찍혀 있지 않고 구름 낀 하늘만 찍혀 있습니다. 하지만 점점 어두워졌다가 밝아지는 하늘, 그리고 개기일식 동안의 사람들의 환호성(물론 음성 뿐이지만)을 조금이나마 느껴보고 싶으시다면 재생해 보시기를...
2009년7월 22일 9시 35분 무렵의 8분 45초 간의 개기일식 전과정이 실시간으로 담겨 있습니다. 지루할 가능성이 너무나 많은 동영상입니다...
마침내 개기일식이 끝났다. 21세기 최장의 개기일식이 구름 때문에 이렇게 성과 없이 지나가 버렸다. 하지만 동영상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사람들의 반응은 맑은 날 못지 않다. 해는 보이지 않아도 주위가 순식간에 밤이 된다는 사실은 여전히 놀랍다.
개기일식이 끝나고, 낙담한 내가 가족들에게 여기까지 데리고 와서 미안하다고 했는데, 가족들은 의외로 전혀 새로운 경험에 즐거워 하는 모습이라 다행이었다. 다음번, 2012년의 호주 개기일식 때 다시 총출동하기로 약속하고, 그때까지 부지런히 돈을 벌어 모으자는 둥 농담하며 떠날 차비를 했다. 기왕 삼각대를 챙겨온 거, 가족사진까지 찍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자니, 이제는 설상가상으로 비까지 내리기 시작한다. 다급하게 배낭에 방수팩을 두르고, 모두들 비를 피해 지붕이 있는 곳을 찾아나섰다. 하지만 주변에 비 피할 곳은 없고, 간신히 버스 정거장으로 피신했다.



그나마 개기일식이 끝난 후라 다행이랄까? 비 오는 진산 해변의 풍경.
새로 산 디카이건만, 개기일식 관측에 실패해서 낙담하기도 했고, 일단 구름 뿐이긴 해도 개기일식 전과정을 담고 나니 디카에 대한 나의 관심은 급격히 떨어져서, 이제부터 카메라는 본격적으로 조카의 손으로 넘어간다. 앞으로 나오는 사진들은 대부분 조카가 찍은 것들. 휴대폰을 능숙하게 다룰 때부터 느꼈지만, 요즘 애들에게는 이런 소형 가전기기들이 일종의 장난감인 것 같다. 자유자재로 온갖 기능을 다루는 조카의 모습에 좀 놀랐다. 하긴, 휴대폰과 mp3를 잠시도 손에서 놓질 않는 세대이니까...
우리가 비를 피할 겸 버스를 기다리던 정류장 이름이다. 뭐라고 읽는 걸까? 적가둔? 알 듯 모를 듯한 글자에 간자체라는 압박까지...
버스를 타고 석화 터미널까지 가서 석매선 버스를 타고 상하이 도심으로 향했다. 모두들 땀에 절은데다 비까지 흠뻑 젖어서 물에 빠진 생쥐 꼴이다. 아침부터 정신없이 몰아친 덕분에 모두들 지쳐 버렸다...
석매선의 종점인 금강낙원. 일종의 테마파크인 금강낙원이 바로 옆에 있다. 롤러코스터라든가 페리스 휠 따위가 있긴 한데, 터무니없는 선입견일지는 몰라도, 중국에서 결코 이런 위험한 놀이기구를 타고 싶지는 않았다는... 그래서 롤러코스터 매니아인 내가 이 금강낙원을 거들떠 보지도 않았으니...
이 곳에 어제 우리가 묵었던 진장여관의 다른 지점이 있다. 이 곳을 선택한 이유는, 아침 7시 30분에 부근의 상해 체육관 앞에서 출발하는 저우장 투어에 참가하고자 함이었는데... 후일담에서 말했다시피 여행 내내 어느 것 하나 우리 뜻대로 되지 않았고, 결국 이곳에 묵은 게 나중에 우리에게는 크나큰 부담으로 다가오고 말았다.
아무튼, 그렇게 찾아간 진장여관 지점. 방을 잡고, 흠뻑 젖은 몸을 씻어 말린 후 각자 쓰러져 잠시 눈을 붙였는데... 그럴 시간에 나는 우체국으로 달려가야 했을까? 나중에 얘기하겠지만, 지금 와서도 알 수 없는 문제이다.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 했을 것인가?
좀 자고 일어나서 숙소 1층의 음식점에서 중국음식으로 배를 채운 다음, 상하이 시내 관광에 나섰다. 비가 와서 좀 기온이 내려간 탓에 부채를 두고 나왔는데, 유독 더위에 약한 나는 견딜 수가 없어졌다. 게다가 비는 오는데 양산으로 우산을 대신 하려니 죽을 맛이다.
중국에선 너무나 싼 체리를 실컷 사서 먹어보려고 들어간 근처의 재래시장 과일가게 풍경. 그런데 중국산 체리는 이미 철이 지나서 들어가 버리고 미국산 체리만 비싼 가격에(그래봤자 우리나라보다는 싸지만) 팔리고 있었다. 흥정을 좀 하다가 할 수 없이 그냥 미국산 체리를 사 들고, 파초 비슷한 식물의 잎으로 만든 2위안 짜리 부채도 하나 사고 지하철 역으로 향했다. 역으로 가는 길에 비가 그칠 기미를 안 보여서, 결국 좌판에서 우산도 사고...
지하철을 타니 에어컨 때문에 살 맛이 난다. 아직 상하이가 얼마나 더운지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그저 에어컨이 고마울 뿐이다.
환승역인 인민광장은 신도림 역을 방불케 한다. 엄청난 넓이에 엄청난 인파. 초현대적인 시설. 드디어 이곳이 상하이라는 게 실감이 난다.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변하고 있는 최첨단도시 상하이.
난징둥루 역에서 내려 지상으로 올라가니, 과연 중국 최고의 번화가라는 실감이 난다. 휘황찬란한 거리. 서울과 똑같은 화려함. 이 곳을 거쳐 우리는 와이탄으로 간다.



우리는 개기일식 때문에 들떠서 왔건만, 상해는 온통 2010년 엑스포 열풍이다. 와이탄도 엑스포를 대비해서 대대적인 정비 중. 내년 2010년, 8개월 간 개최되는 엑스포에 과연 중국 인민은 몇 명이나 몰려들까? 1970년의 오사카 엑스포 입장객 6천만 명은 너끈히 넘어설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여긴 13억 명이 벼르고 있잖아?
우리도 마찬가지이지만, 밤에 와이탄으로 오는 이유는 황푸강 유람선을 타기 위해서이다. 우리도 호객꾼을 몇 명 거쳐 흥정을 한 끝에 유람선을 타러 선착장으로 갔다. 갈 때는 승합차로 모시고 가더니만 나중에는... 하긴, 이건 중국스러운 게 아니라 유명한 관광지라면 어디나 마찬가지겠지?
그런데 우리가 간 선착장이 엄청나게 썰렁하다. 이거 뭐지? 우리 사기 당한 건가? 그런데 승선 시간이 되자 관광객들이 한꺼번에 들이닥친다. 다행이군.
이건 푸둥.

이건 와이탄.
푸둥이 아무리 화려하다 해도, 와이탄과는 비교가 안된다. 건축사상 가장 아름다운 건물들이 즐비했던 시절의 낭만을 어떻게 당해내겠는가?
황푸강 양안이 과거와 현재의 멋으로 각각 시선을 사로잡는다. 야경 사진은 참 많이 찍었지만, 이 정도로...
유람을 마치고 선착장으로 돌아오니, 와이탄으로 다시 데려다 주겠다던 승합차 일당은 간 곳 없다. 그럼 그렇지...
하는 수 없이 난징둥루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11시에 지하철이 끊기기 전에 돌아가야 한다.
그런데 걷다 보니, 이제 10시가 좀 넘었을 뿐인데 상하이 중심가가 벌써 썰렁하다. 여기가 번화가 맞아? 인적 적은 거리에서 물어 물어 버스를 타고 인민광장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다시 지하철을 타고 금강낙원으로...
금강낙원 역 부근의 음식점에서 대충 늦은 저녁을 때우고 돌아와 TV를 켜니, 오늘 있었던 개기일식 특집 방송을 하고 있다. 대충 분위기를 보아하니 구름 낀 날씨 때문에 기대에 못 미쳤던 것 같다. 하지만 우리만 같았겠어? 해가 안 보일 정도로 빽빽한 구름에 비까지...
화 낼 기력도 없이, 대충 씻고 또다시 쓰러져 잠이 들었다... 정말 긴 하루였어... 길고도 고달픈 하루...
창 밖의 하늘은 뿌옇게 흐려 있다. 안절부절 하다가, 마음을 비웠다. 하늘은 사람 뜻대로 할 수 없는 일, 어차피 복불복이다. 하늘에 맡기는 수 밖에... 자체 이동 수단이 없는 처지에 이제와서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도 없고... 또 이동을 한다 한들 어디로 간단 말인가? 어디가 어딘지도 모르는 판국에...
그렇게 마음을 비우고, 어제 저녁에 남은 음식을 마저 싹싹 긁어 먹어서 짐 부담을 줄이는 것으로 아침식사를 마치고 미리 불러 놓은 택시를 타고 진산 해변으로 향했다.
그런데 어째 좀...
택시가 마구 달리는데 표지판이 金山이 아닌 金沙라고 되어 있다. 지나가는 길목인가, 가볍게 생각하려는데, 저쪽 택시에서 호출이 왔다. 인원이 많아서 택시를 탈 때는 두 대에 나눠타고 다니니까.
둘째 누나가 그제서야 택시기사의 실수를 알아차리고 항의하고 있었다. 금산을 금사라고 잘못 알아듣고 우리를 금사 해변으로 데려간 택시기사.
지금 생각해 보면, 금산이나 금사나 거기서 거긴데 그냥 거기서 내릴 걸 싶긴 하지만, 당시 상황은 그게 아니었다. 잘못 찍힌 미터기의 요금을 누가 부담하느냐 하는 문제로 다툼이 생겨서 그만 그 문제는 잊어버리고 요금 문제에 온 가족이 몰두하게 된 것이다.
그냥 금사 해변에 내렸으면 맑은 하늘은 아니라 해도 그럭저럭 구름 너머로 해는 볼 수 있지 않았을까 싶긴 한데... 모를 일이다. 이미 지나가 버린 일이기도 하고, 워낙 하늘 전체에 구름이 두껍게 껴서, 그 정도 거리로는 별 차이가 있었을 것 같지도 않고...
한참을 다투다가, 결국 반반씩 요금을 부담하기로 하고 다시 금산, 즉 진산 해변으로 향했다.
꽤 오래 달려서 도착한 바닷가는, 유명한 해수욕장이라는 말답게 꽤 번화가이다. 아열대의 분위기까지 곁들여져서 꽤나 이국적인 바닷가 분위기가 난다.
내가 탄 택시가 먼저 도착해서 다른 택시를 기다리며 하늘을 보니, 해는 여전히 구름을 벗어날 줄 모른다. 관측에 실패할 것 같은 예감이 강하게 들지만 애써 부정해 본다.
다른 택시가 도착해서 가족이 모두 합류, 관측하기 좋은 장소를 찾아가는데, 아침부터 더위가 장난이 아니다.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긴장까지 겹쳐서 내 몸은 벌써부터 비라도 맞은 듯 땀으로 흠뻑 젖어 있다.
적당히 평평한 장소에 자리를 잡고 삼각대를 설치해 놓고 주변을 둘러보니, 현지인들은 물론이고 외국인들도 제법 눈에 띈다. 일식대의 중심 부근이라 이 곳에 눈독 들인 사람들이 역시나 많군.
시간이 지나 점점 개기일식 시간은 다가오는데, 구름은 걷힐 줄을 모른다. 부분일식은 이미 상당히 진행되었지만, 구름이 워낙 짙어서 보호 안경 없이도 해가 일그러진 게 보일 지경이다. 나는 어떡하라고...ㅜㅜ






그리고, 마침내 운명의 시간은 다가와서, 개기일식이 시작되었지만, 그나마 구름 너머로 보이던 해가 완전히 모습을 감춰버렸다. 막막하기만 하다.


미리 드리는 말씀 : 이 동영상에는 개기일식 동안의 해는 전혀 찍혀 있지 않고 구름 낀 하늘만 찍혀 있습니다. 하지만 점점 어두워졌다가 밝아지는 하늘, 그리고 개기일식 동안의 사람들의 환호성(물론 음성 뿐이지만)을 조금이나마 느껴보고 싶으시다면 재생해 보시기를...
2009년7월 22일 9시 35분 무렵의 8분 45초 간의 개기일식 전과정이 실시간으로 담겨 있습니다. 지루할 가능성이 너무나 많은 동영상입니다...
마침내 개기일식이 끝났다. 21세기 최장의 개기일식이 구름 때문에 이렇게 성과 없이 지나가 버렸다. 하지만 동영상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사람들의 반응은 맑은 날 못지 않다. 해는 보이지 않아도 주위가 순식간에 밤이 된다는 사실은 여전히 놀랍다.
개기일식이 끝나고, 낙담한 내가 가족들에게 여기까지 데리고 와서 미안하다고 했는데, 가족들은 의외로 전혀 새로운 경험에 즐거워 하는 모습이라 다행이었다. 다음번, 2012년의 호주 개기일식 때 다시 총출동하기로 약속하고, 그때까지 부지런히 돈을 벌어 모으자는 둥 농담하며 떠날 차비를 했다. 기왕 삼각대를 챙겨온 거, 가족사진까지 찍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자니, 이제는 설상가상으로 비까지 내리기 시작한다. 다급하게 배낭에 방수팩을 두르고, 모두들 비를 피해 지붕이 있는 곳을 찾아나섰다. 하지만 주변에 비 피할 곳은 없고, 간신히 버스 정거장으로 피신했다.





새로 산 디카이건만, 개기일식 관측에 실패해서 낙담하기도 했고, 일단 구름 뿐이긴 해도 개기일식 전과정을 담고 나니 디카에 대한 나의 관심은 급격히 떨어져서, 이제부터 카메라는 본격적으로 조카의 손으로 넘어간다. 앞으로 나오는 사진들은 대부분 조카가 찍은 것들. 휴대폰을 능숙하게 다룰 때부터 느꼈지만, 요즘 애들에게는 이런 소형 가전기기들이 일종의 장난감인 것 같다. 자유자재로 온갖 기능을 다루는 조카의 모습에 좀 놀랐다. 하긴, 휴대폰과 mp3를 잠시도 손에서 놓질 않는 세대이니까...

버스를 타고 석화 터미널까지 가서 석매선 버스를 타고 상하이 도심으로 향했다. 모두들 땀에 절은데다 비까지 흠뻑 젖어서 물에 빠진 생쥐 꼴이다. 아침부터 정신없이 몰아친 덕분에 모두들 지쳐 버렸다...

이 곳에 어제 우리가 묵었던 진장여관의 다른 지점이 있다. 이 곳을 선택한 이유는, 아침 7시 30분에 부근의 상해 체육관 앞에서 출발하는 저우장 투어에 참가하고자 함이었는데... 후일담에서 말했다시피 여행 내내 어느 것 하나 우리 뜻대로 되지 않았고, 결국 이곳에 묵은 게 나중에 우리에게는 크나큰 부담으로 다가오고 말았다.
아무튼, 그렇게 찾아간 진장여관 지점. 방을 잡고, 흠뻑 젖은 몸을 씻어 말린 후 각자 쓰러져 잠시 눈을 붙였는데... 그럴 시간에 나는 우체국으로 달려가야 했을까? 나중에 얘기하겠지만, 지금 와서도 알 수 없는 문제이다.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 했을 것인가?
좀 자고 일어나서 숙소 1층의 음식점에서 중국음식으로 배를 채운 다음, 상하이 시내 관광에 나섰다. 비가 와서 좀 기온이 내려간 탓에 부채를 두고 나왔는데, 유독 더위에 약한 나는 견딜 수가 없어졌다. 게다가 비는 오는데 양산으로 우산을 대신 하려니 죽을 맛이다.


지하철을 타니 에어컨 때문에 살 맛이 난다. 아직 상하이가 얼마나 더운지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그저 에어컨이 고마울 뿐이다.
환승역인 인민광장은 신도림 역을 방불케 한다. 엄청난 넓이에 엄청난 인파. 초현대적인 시설. 드디어 이곳이 상하이라는 게 실감이 난다.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변하고 있는 최첨단도시 상하이.
난징둥루 역에서 내려 지상으로 올라가니, 과연 중국 최고의 번화가라는 실감이 난다. 휘황찬란한 거리. 서울과 똑같은 화려함. 이 곳을 거쳐 우리는 와이탄으로 간다.







그런데 우리가 간 선착장이 엄청나게 썰렁하다. 이거 뭐지? 우리 사기 당한 건가? 그런데 승선 시간이 되자 관광객들이 한꺼번에 들이닥친다. 다행이군.





푸둥이 아무리 화려하다 해도, 와이탄과는 비교가 안된다. 건축사상 가장 아름다운 건물들이 즐비했던 시절의 낭만을 어떻게 당해내겠는가?
황푸강 양안이 과거와 현재의 멋으로 각각 시선을 사로잡는다. 야경 사진은 참 많이 찍었지만, 이 정도로...
유람을 마치고 선착장으로 돌아오니, 와이탄으로 다시 데려다 주겠다던 승합차 일당은 간 곳 없다. 그럼 그렇지...
하는 수 없이 난징둥루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11시에 지하철이 끊기기 전에 돌아가야 한다.
그런데 걷다 보니, 이제 10시가 좀 넘었을 뿐인데 상하이 중심가가 벌써 썰렁하다. 여기가 번화가 맞아? 인적 적은 거리에서 물어 물어 버스를 타고 인민광장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다시 지하철을 타고 금강낙원으로...
금강낙원 역 부근의 음식점에서 대충 늦은 저녁을 때우고 돌아와 TV를 켜니, 오늘 있었던 개기일식 특집 방송을 하고 있다. 대충 분위기를 보아하니 구름 낀 날씨 때문에 기대에 못 미쳤던 것 같다. 하지만 우리만 같았겠어? 해가 안 보일 정도로 빽빽한 구름에 비까지...
화 낼 기력도 없이, 대충 씻고 또다시 쓰러져 잠이 들었다... 정말 긴 하루였어... 길고도 고달픈 하루...
# by | 2009/08/09 17:06 | 개기일식을 보러 가다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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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 ㄹ
'선덕여왕' tv프로그램(28회)에도 개기일식 현상이 나오죠.
드라마는 안 보지만 일식이 중요한 사건으로 나온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