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온 여든 여덟. 중국 개기일식 여행 셋 - 2009년 7월 23일

간밤에 숙소로 들어와 의논한 결과, 여러가지로 저우장에 다녀오는 건 무리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예원과 상하이 시내를 좀 관광하다가 공항으로 향하기로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전날 너무 강행군을 한 데다가, 개기일식 관측이 끝난 마당에 이제는 급하게 서두를 것이 아무것도 없어졌기 때문에, 아침잠이 없는 어머니의 성화에도 불구하고 느지막히 일어나서 느지막히 준비하고 숙소 1층에 있는 음식점의 아침 뷔페를 느긋하게 즐겼다.
다른 가족들이 음식을 담으러 간 사이에 자리를 지키며 찍은 음식점 풍경. 뷔페라고 해 봤자 음식 가짓수도 많지 않고 그냥 숙박객들이 간단하게 아침을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따뜻한 흰 죽이 너무 맛있어서 몇 번이고 가져다 먹었다. 중국에 온 지 사흘밖에 안 되었지만, 이런 담백한 맛은 만나기 힘들다는 걸 뼈져리게 느끼게 되니까 너무 반가웠다. 유일하게 느낄 수 있는 한국의 맛이라고나 할까. 사실 해외여행하면서 굳이 한국 음식을 찾지는 않는 편이지만, 워낙 몸이 힘들다 보니 이런 게 다 반갑다.

아침을 먹고 나서, 둘째 누나를 통역으로 앞세워 근처의 우체국으로 갔다. 어제 비가 와서 비 피하랴 상하이로 돌아오는 교통편 알아보랴, 정신없이 몰아치는 바람에 개기일식 기념우표를 사는 걸 그만 잊어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숙소 카운터에 우체국의 위치를 물어 기념우표를 사러 간 것이다.

에어컨이 빵빵한 숙소 문을 열자마자, 더운 열기가 훅 밀려 들어온다. 오늘은 또 얼마나 더우려고 아침부터 이렇게...

상하이의 평범한 거리를 구경하며 천천히 걷는다. 바로 옆을 흐르는 개천은 과히 깨끗하지 않고 푸르죽죽해서, 얼마나 모기가 많을지 짐작하게 해 준다. 오죽하면 숙소의 방에는 전자 모기향이 비치되어 있다. 그만큼 모기가 많은 것이다.

아침부터 공사를 시작하는 노동자는 웃통을 홀딱 벗고 있지만 땀이 비 오듯 흐른다. 정말로 덥다. 어느 가게 앞의 여인이 아이를 홀딱 벗겨서 옆의 화단에 소변을 보게 한다. 참, 오랫만에 보는 풍경이군...

우체국에 도착했다. 직원에게 문의하니 이미 다 팔렸다고 한다. 개기일식 당일인 어제 사람들이 줄을 서서 사 갔다고. 하지만 자기가 주변의 다른 우체국에 남은 게 있나 전화로 알아봐 주겠다고 한다. 너무 고맙다.
에어컨 앞에 앉아 더위를 식히며 찍어본 우체국 풍경. 그런데 우체국에 카메라를 왜 가져간 거지? 아마 내 소지품에 들어 있었나 보다.

직원이 돌아와서 주변 우체국에도 모두 매진되었다고 한다. 할 수 없지. 내가 진작에 서둘렀어야 하는 건데. 어제 숙소에서 잠깐 눈 붙일 시간에 우체국엘 왔어야 하는 건가? 하지만 아침에 오지 않았다면 소용이 없었을 것도 같고... 모를 일이다.

빈 손으로 터덜터덜 숙소로 돌아와서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푹푹 찌는 상하이 거리로 나선다. 이제부터 예원으로 갈 참이다. 사실 상하이는 역사가 오래 된 도시도 아닌 데다가 서울과 비슷한 대도시일 뿐이라서 볼 데가 마땅히 없다. 난징둥루 같은 번화가를 즐길 생각이 아니라면 말이다. 하지만 난징둥루 같은 풍경은 서울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으니 예원으로 향할 수 밖에...
하하, 조카가 제일 뒤에서 찍은 가족들 모습. 사진에 보이는 가판대에서 개기일식 기사가 나온 중국 신문을 네 종류 정도 샀다. 개기일식을 보러 가면 기념 우표와 개기일식 기사가 실린 신문은 꼭 사기로 하고 있다.
지하철 금강낙원 역 내부. 인민광장 역으로 향한다.
인민광장에 자리잡은 삼성 광고.
예원 가는 버스를 기다리며 찍은 인민광장 풍경. 상하이의 중심가는 정말 서울을 방불케 한다. 간판이나 표지판의 글자만 가리면 서울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다. 그 정도로 아시아의 대도시들이 특색이 없다는 얘기일지도. 듣기로는 도쿄도 간판만 빼면 서울과 흡사하다고 하는데...
삼성광고 바로 다음에 있는 사진의 공사 현장을 조카가 클로즈 업으로 잡아 찍었다.
예원 가는 버스 안에서. 사진 찍는 자기 모습이 비춰진 거울을 찍는 조카. 하하.
예원 가는 길에는 이렇게 오래된, 거의 조계 시절 지어진 게 아닌가 싶은 집들이 즐비하다. 지금은 빈민가의 분위기가 물씬...
예원 앞의 기념품 상가 골목. 세 번째 사진에 나온, 길 위에 다리처럼 지어진 찻집에 들어가서 차라도 마시면서 거리를 굽어보고 싶었는데 말야... 너무 덥다 보니 나중에는 뭐가 뭔지 모를 지경이 되어 버려서 그만 잊어버리고 말았다는...

더위는 모든 걸 무력하게 만든다. 저우장 갈 계획으로 숙소를 예원과는 정반대의 변두리에 잡는 바람에 짐을 맡기지도 못하고 고스란히 지고 다녀야 하는 현실이 너무 괴롭다. 정말 이렇게 더울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무덥다. 습도가 너무 높아서 견딜 수 없을 지경이다. 정말 다시 한 번 의문이 생긴다. 에어컨이 없다면 상하이 사람들은 어떻게 살지?

일단 예원으로 들어서자마자 짐을 내려놓고 우선 더위부터 식힌다. 그래도 정원인지라 나무들이 우거져서 서늘하다. 한참을 앉아서 쉬고 나니 얼추 더위도 식어서 다시 짐을 지고 예원 구경 시작.
전형적인 중국 정원이다. 그런데 사람 정말 많다. 워낙 유명한 관광지라서 그렇지만, 오늘 온 관광객들은 대부분 개기일식 투어를 온 사람들이다. 여행사의 이름표를 가슴에 하나씩 달고 있다. 짐은 모두 버스에 둔 채로 홀가분하게 여행하는 모습이 어찌나 부럽던지. 패키지 여행을 부러워 해 본 적이 없는데, 날은 너무 덥고 짐은 너무 무거우니 너무 부럽다. 버스에 타기만 하면 알아서 실어다 주니 얼마나 좋아? 
예원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용 모양의 담. 황제만이 사용할 수 있는 용 모양을 썼다가 역모죄에 몰릴 위기에 처하자 황제의 용은 발톱이 다섯 개이지만 예원의 용은 발톱이 세 개라고 주장하며 위기를 모면했다던...
나무도 많고 연못도 많아서 그래도 더위는 한결 덜하고 서늘하다. 모이를 주는 사람들 앞에 몰려든 잉어떼. 그야말로 물 반 고기 반이다.
워낙 대도시의 도심 한복판에 자리잡고 있다 보니, 예원은 이렇게 바로 옆의 허름한 주택가와 어깨를 마주하고 있다. 저 집은 예원을 찾은 관광객들에게 얼마나 많이 사진에 담겨졌을 것인가.
너무 더워서 사실 예원을 자세히 둘러볼 마음이 사라져 버려서, 기본적인 동선만 따라간 후 서둘러 나왔다. 그저 시원하게 에어컨이 틀어진 곳에 들어가 쉬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그런데 나와 보니 예원보다 오히려 화려한 건물들이 줄지어 있다. 물론 여기도 기념품 골목이다.

일단 들어오기 전에 봐 두었던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으로 들어가서 음료수를 마시며 정신을 차린 후, 이 더운 날씨에 어떻게 하면 가장 덜 더운 방법으로 나머지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의논을 해 보았다.

하지만 이 시간 이후의 시간은 그야말로 걷다가 볼 일을 다 본 경우가 되어 버렸으니...

일단 다시 버스를 타고 인민광장으로 돌아와서, 둘째 누나가 중국에 있을 때 가장 맛있게 먹었다는 위구르 족 양고기 요리를 점심으로 먹기로 했다. 난징둥루는 워낙 유명한 번화가이니까 양고기 요리집이 있을 거라 생각하고 여기저기 묻고 다녔는데...

역시나 가장 큰 적은 더위였다. 이 더위에 꼭 양고기 요리집을 찾아가서 먹어야 하나, 회의가 끊임없이 밀려온다. 그냥 아무데나 에어컨이 나오는 음식점으로 들어가고만 싶다. 에어컨을 싫어하는 내가 이렇게 에어컨을 밝히게 될 줄이야...

그럭저럭 사람들이 알려준 대로 가니까, 사람들이 말한 것처럼 양고기 요리 골목까지는 아니어도 양고기 요리집이 하나 나왔다. 진짜 위구르 족이 운영하는 양고기 요리집. 이름은 파미르 레스토랑이다.
아마도 코란의 구절을 새겨놓은 것이겠지.
우리 가족은 음식이 나오면 먹기 바빠서 사진을 찍는 성격이 아닌데, 이번에는 어쩐지 한 장 남겨두고 싶어서 먹다 말고 찍어봤다. 저 양고기 꼬치랑 빵은 정말 예술이었어... 빵은 너무 많아서 먹다가 남아서 싸 왔다. 결국 공항에서 다 먹어 치웠지만.

배불리 먹은 이후, 다시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었다. 요리집 직원에게 물어보니 공항 셔틀버스가 정차하는 옌안둥루는 걸어가도 충분하다고... 그 후로 물어 본 모든 사람들이 모두 그렇게 말했으니... 과연 이 사람들이 모두 우리를 골탕 먹이려고 일부러 계획한 건가? 그럴리가... 하지만 너무나 고생을 많이해서... 그런 원망이 다 들었다... 마가 낀다는 게 아마 이런 것이리라... 이상하리만치 일이 안 풀려서 하루종일 걷는 이런 날도 있을 수는 있겠지만... 그나마 여행 마지막 날이라서 천만다행이지... 정말 두 번 다시 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었다... 지나고 보니 즐거운 추억이 되어 버렸지만... 너무나 무덥고 힘들었다...

요리집을 나와서 옌안둥루를 향해 걷다 보니, 우체국이 하나 나온다.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들어가서 개기일식 기념우표에 대해서 다시 한 번 문의해 보았다. 그리고 여기서 다시 한 번 중국스러운 에피소드를 경험하게 되니...

우리가 들어간 곳은 간이우체국 같은 곳으로, 역시나 이번에도 가까운 우체국의 전화번호를 알려주었다. 전화를 걸어 문의해 보니, 이번에 기념우표는 발매되지 않았고, 정 개기일식 기념우표가 갖고 싶다면, 2035년을 기대하라는 대답이었다. 순간 멍...

아니 그럼 아침에 갔던 우체국 직원의 말은 뭐지? 혼란스럽다. 기념우표가 나왔다는 것인지 안 나왔다는 것인지... 지금까지도 진실을 알 수가 없다. 진실은 무엇일까?

그건 그렇고, 다음번에 중국에서 개기일식이 일어나는 해가 2035년이라는 걸 저 직원은 어떻게 안 거지? 대단한데? 2035년 9월 2일, 중국과 북한(그 때까지 통일이 안 되었다면), 일본을 지나가는 개기일식이 일어난다. 참고로 알아 두시길...

기념우표는 그렇게 다시 한 번 흐지부지되고, 우리는 옌안둥루를 부지런히 걷는다. 걷고 또 걷는다. 아무리 걸어도 셔틀 버스 정차장은 나오지를 않는다. 더위는 그야말로 살인적이다. 다른 사람들도 괴롭겠지만, 유난히 땀을 많이 흘리는 나는 셔츠가 흠뻑 젖어 버렸고, 땀을 너무 많이 닦아서 손수건은 쥐어짜면 물이 나올 정도가 되어 버렸다.

그렇게 한 시간 넘게 걸었을까? 지칠대로 지친 우리는 결국 결론을 내렸다. 인민광장으로 되돌아가자. 사실 따지고 보면 인민광장은 워낙 넓기 때문에 우리는 한 시간 넘게 인민광장 주위를 맴돌았을 뿐이지만, 우리는 지하철 역으로 가서 지하철을 타고 어떻게든 해결해 보기로 했다. 우선은 이 무더위를 벗어나는 게 중요했다. 더운 데다가 비까지 뿌리기 시작한다.

옌안둥루에 과연 셔틀 버스 정차장은 있었을까? 이 날의 우리 가족의 선택은 총체적인 난국이었다. 사람들도 잘 모르면서 그냥 길을 알려준 것 같고(중국 사람들의 거리 감각이란 참... 워낙 넓은 나라에 살아서 그런 건가?) 날씨도 우리를 도와주질 않았고... 정말 최악의 상황이었다.

견디다 못해 푸둥 공항에 전화로 문의해 보니, 옌안둥루에 셔틀버스 정차장은 없고, 지하철로 롱양로까지 와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가이드 북에 속은 것이다!

우리 모두 화를 냈다. <중국 100배 즐기기>의 저자는 과연 조사를 하고 책을 쓴 것일까? <중국 100배 즐기기>로 여행 준비하는 분 알아두시길... 옌안둥루에는 공항 셔틀버스는 정차하지 않는다!!

그런데 돌아와서 인터넷으로 푸둥공항 홈페이지에 들어가 셔틀버스를 조회해 보니, 옌안둥루가 아닌 옌안중루를 지나간다고 나와 있으니... 모를 일이다. 확실한 것은 난징둥루에서 걸어서는 절대로 갈 수 없는 먼 곳이라는 점!!

'둥'과 '중', 사소한 오타 하나가 우리 가족에게 그 무더운 상하이 시내를 한 시간 넘게 걷게 만든 것이다... 허무...

어쨌든, 마지막 남은 기력을 쥐어 짜서 다시 인민광장 역으로 걸어 와서 롱양로까지 지하철을 타고 왔다. 내리고 보니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그렇다, 공항까지 가는 가장 비싼 교통수단인 상하이 자기부상열차였다...

1인당 50위안(항공권 소지시 40위안), 최고 시속 431km를 자랑하는 상하이의 명물, 알고는 있었지만 너무 비싸서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자기부상열차를, 결국엔 탈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돌고 돌아서 원점이라고나 할까? 휴...

어쨌든 표를 사고 출발 시간을 기다리며 앉아 있는데, 사람들이 뭔가를 둘러싸고 구경하고 있다. 조카가 가 보더니 곧장 달려와서 사달라고 조른다. 뭘 사달라는 것일까?

가 보니, 외국인들이 신기한 표정으로 구경하고 있는 것은, 말하자면 자기부상 팽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인데, 인터넷 장난감 사이트에서 본 기억이 있는 것이다. 무게만 잘 맞추면 자석 위에서 팽이가 허공에 뜬 채로 돌아간다. 중학교 2학년인 조카가 과연 이 신기한 장난감을 외면할 수 있을까? 외국인 아저씨들도 신기한 듯 하나씩 다 사가는데... 50위안, 싼 가격은 아니다.

하지만 결국, 자기부상열차의 원리를 설명할 수 있는 좋은 교육교재라는 생각이 들어서, 하나 사 주기로 했다. 모처럼 자기부상열차를 타게 되었는데 좋은 추억거리가 될 것도 같고...

드디어 시간이 되어 열차에 올랐다. 정각 5시 20분, 열차는 출발한다.



롱양로를 출발해서 푸둥 국제공항에 도착하기까지, 자기부상열차 탑승 전 과정을 동영상에 담았다. 직접 보면 알겠지만, 본격적으로 속력을 내기 시작할 때부터는 너무 빨라서 주변 풍경이 그저 휙휙 정신없이 지나간다. 자기부상열차 탑승을 간접 경험해 보고 싶으신 분은 한 번 보시길...


자석의 반발력으로 허공에 떠서 달리는 자기부상열차. 마찰이 없어서인지 그렇게 빨리 달리는 데도 전혀 흔들림 없이 차분하기만 하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시속 301km 이상으로는 속도를 내지 않는다. 431km로 달리는 건 어떤 기분일까 기대했었는데... 말 그대로 최고 속력일 뿐인가 보다.

어쨌든, 그토록 힘들게 헤매던 길을 불과 8분만에, 어이가 없을 정도로 빨리 주파해 버렸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다시 패스트푸드 점에 들어가 앉아 한숨 돌린다. 이제 공항에 도착했으니 출국만 하면 된다.

시원한 음료를 한 잔 마시고 난 후, 나는 우선 셔츠부터 갈아 입었다. 땀을 너무 많이 흘려서 완전히 젖어버렸기 때문에 그대로 입고 있을 수가 없었다. 옆의 화장실로 들어가서 옷을 갈아입고, 너무 힘들어서 모두들 마냥 편하게 앉아서 쉬었다.
앉아서 쉬면서 조카에게 자기부상 팽이를 조립해서 작동해 보려고 했지만, 잘 되지 않는다. 워낙 미묘한 장난감이라서 무게를 교묘하게 맞춰야 하는데 쉽지 않다. 조카는 빨리 해 달라고 조르는데 결국 실패했다. 집에 돌아가서 조립해 주기로 약속하고 포장에 다시 잘 담은 후 찍은 자기부상 팽이의 사진. 이 사진이 그야말로 마지막 모습이 되고 말았으니... 내가 뭔가에 씌어서 어떤 예감으로 그 모습을 남기기 위해 찍은 것일까?
푸둥 공항의 풍경.

티케팅 할 시간이 다가왔다. 그런데 짐을 죄다 수화물칸에 실으려고 하니 문제가 발생했다.

또다시 중국스러운 에피소드가 있었으니... 문제는 자기부상 팽이였다. 워낙 강한 자력을 가진 물건이라서 X 레이 검색 과정에서 걸린 것이다. 지금까지 너무나 많이 있었던 일인듯, 항공사 직원은 자기부상 팽이를 꺼내며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이다.

정말 중국스러운... 자기부상열차를 타는 사람들은 모두 항공기를 타러 가는 사람들인데, 그런 사람들에게 버젓이 50위안이나 하는 걸 팔고 있었던 것이다. 그럼 그걸 사 간 사람들은 죄다 X 레이 검색에 걸린다는 얘기인데...

너무 어이가 없어서 화도 안 나고 그저 웃음만 나왔다. 이제 문제는 어떻게 이걸 처리하느냐 하는 것인데... 국제우편으로 보내는 것도 아마 어려울 것이라는 항공사 직원의 대답. 하는 수 없이, 지나가는 공항 직원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선물로 주었다... 한국으로 가지고 갈 방법이 없으니...

그렇게 마지막까지 소동을 겪고 결국 출국 수속을 마쳤다. 하루종일 너무나 힘들게 걷고 보니 기진맥진, 어서 빨리 탑승하기만 바라면서 무심코 면세점을 지나가던 나... 하지만 결국 최후의 일격으로 나의 지름신을 강타한 존재가 있었으니...

전지공예라는 중국 전통 공예가 있다. 종이 한 장을 가위로 자유자재로 오려 아름다운 문양을 만들어 내는 공예인데, 별로 살 생각도 없이 구경만 할 생각으로 전지공예 작품을 들춰보다가, 놀라운 작품을 발견했으니... 바로 그 유명한 <청명상하도>를 오려낸 작품이었던 것이다!!
바로 이 유명한 다리 부분을 그대로 오려서 묘사해낸 작품!!

순간 넋이 나가 버렸다. 가격을 보니 280위안... 엄청난 거금이다... 워낙 세밀하니 당연한 가격이지... 이걸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

결국 굴복해 버렸다. 앞으로 중국 올 일이 없을 것 같은데, 지금 이걸 안 사면 후회하게 될 거야 라고 스스로를 납득시켜 가며... 결국 구입하고 말았다... ㅡㅡ;



그렇게 중국은 마지막까지 나를 유혹하며 떠나 보냈다. 마지막까지 악천후로 이륙을 한없이 지연시키며, 맑은 날의 개기일식을 보러 간 나를 그렇게 끝까지 애태우며, 중국은 나에게 작별을 고했다...

단 사흘간, 엄청난 강행군, 엄청난 더위... 2006년의 터키에 이어 또 다시 역사의 현장에 직접 다녀오는 강렬한 경험을 하고 나니, 다음 번에도 또... 하고 벌써부터 생각이 앞선다.

by 다크초콜릿 | 2009/08/21 14:33 | 개기일식을 보러 가다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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