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온 서른 다섯. 킹스 스피치

설날 특선영화로 해 준 걸 전반부를 놓치고 후반부만 보았는데, 후반부만으로도 감동을 받아 결국 찾아서 전체 감상했다.

마지막 조지 6세의 연설 장면은 정말 다시 봐도 명장면이다. 이 장면을 명장면으로 만드는데 지대한 역할을 한 베토벤 7번 교향곡 2악장의 힘...

우리가 이 장면에서 감동과 전율을 함께 느끼는 것은, 미래를 사는 관객으로서 그 뒤에 전개될 역사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조지 6세가 국민들을 독려한 이 전쟁이 2차 세계대전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이 전쟁으로 6천만명 이상의 인명이 희생될 거라는 것도 알고 있다. 무려 6년간이나 이어지는 이 전쟁기간 동안, 말더듬이라는 장애에 주눅든 이 소심한 왕이 얼마나 용기있게 국민을 이끌었는지, 버킹엄 궁까지 폭격당하는 극한상황에서도 끝까지 궁을 떠나지 않고 국민들과 함께 하며 놀라운 리더십을 보여주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오직 영화속의 소심한 조지 6세 본인만 모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이 관객에게 묘한 감동과 전율을 안겨주는 것이다.

특히나 베토벤의 음악은... 다가오는 전쟁의 어두운 기운과 이를 두려워하면서도 굴하지 않는 조지 6세의 심리까지, 모든 것을 완벽하게 표현해 준, 정말 최고의 선곡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밖에도 명장면이 참 많은데, 번역으로는 살릴 수 없는 영어만의 뉘앙스로 이루어진 장면들이라서 외국인으로서는 참 아쉽다. 이 장면 참 좋은데, 정확히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고 싶어 검색해서 시나리오를 찾아 원문을 감상해도, 워낙 20세기 초 영국의 왕족이 쓰는 용어가 많다 보니 아리송하다.

마지막 장면과 함께 가슴이 짠해지는 장면은, 조지 6세의 흡연 장면이다.

아직 흡연의 해악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던 20세기 초, 의사들은 성대를 이완시켜 준다며 조지 6세에게 무분별하게 흡연을 권하고, 이 때문에 조지 6세는 치료를 위해서 흡연에 더욱 빠져든다. (사실은 원래부터 피웠겠지만, 확실하진 않다)

라이오넬 로그가 조지 6세의 흡연을 금하는 장면은 익살스러우면서도 서글프다. 바로 이 장면에서 조지 6세의 운명이 암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조지 6세는 과도한 흡연으로 인한 폐암과 동맥경화로 고생하다가 사망했으니까.

물론 이 모든 역사적 사실을 모르고 봐도 재미있고 감동적인 영화이지만, 알고 보면 더욱 미묘한 감상에 빠져들게 되는, 잘 만들어진 실존인물을 그린 영화의 미덕을 제대로 갖춘 그런 영화다.

by 다크초콜릿 | 2012/01/30 15:14 | 개인적인 생각 | 트랙백(1)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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