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온 여든 넷. 스티븐 호킹 타계

건방진 말일지 모르겠지만, 고인이 드디어 육체의 감옥에서 벗어났다는 일말의 안도감을 느낀다. 제아무리 견고하고 혹독한 육체의 감옥에 갇혀 있다 해도 마지막 순간까지 살아서 무한한 지적 영감을 불태우기를 원했을 고인의 부고 앞에 감히 남길 말은 아니겠지.

그 정도로 고인이 처한 상황은 나로서는 상상이 안될 정도로 혹독해 보였고, 제발 저 감옥에서 벗어나 마음껏 훨훨 날아다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곤 했다. 현대 의학으로는 죽음으로써만 벗어날 수 있는 감옥이었으니... 그렇다고 내가 고인의 죽음을 바랐다는 뜻은 아니다. 그런 혹독한 상황에서 최고의 지성으로 군림한 거인에 대한 안타까움의 표현이라고 해야겠다.

따지고 보면 지구의 중력에 속박된 채 살아가는 모든 지구인들이, 스스로는 느끼지 못하지만 지구라는 감옥에 갇혀 있는 셈 아닐까. 너무 익숙하다 보니 갇혀 있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채. 그렇다고 이 감옥을 벗어난다면? 감옥이자 우리를 품을 수 있는 유일한 요람이다. 고인의 육체도, 고인을 그처럼 가혹하게 속박했지만 동시에 고인이 발휘한 번뜩이는 지성을 담을 수 있는 유일한 그릇이기도 했으니... 이런 이율배반이 과학 앞에 서 있는 우리 존재를 끝없이 괴롭힌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사후 세계를 믿지 않는다고 하셨으니, 생전의 모든 괴로움과 속박에서 벗어나 끝없는 영원 속으로 소멸하셨기를...

by 다크초콜릿 | 2018/03/14 22:12 | 과학 이야기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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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漁夫 at 2018/03/15 00:22
고인을 오래 전에 직접 한 번 보았는데, 드디어 답답함에서 해방되셨다 싶습니다. 명복을 빕니다.
Commented by 다크초콜릿 at 2018/03/15 23:51
직접 보셨다니 얼마나 안타까웠을지... 고인이 소멸하셨기를 바란다고 비록 쓰긴 했지만, 소멸되기 직전에 잠시라도 마음껏 훨훨 날았으면 하는 바람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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