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온 여든 여섯. 7월 28일 화성 관측 및 개기월식 관측

좀 지난 관측기지만, 간단히 적어본다.

엄청난 열대야를 무릅쓰고 밤 10시쯤 화성을 보러 나갔었다. 전혀 식지 않은 도시의 열기... 후우... 보름을 맞은 달과 나란히 배열된 화성을 찾기는 쉬웠지만, 하필 맞은편 아파트에 가려지는 시간이라 일단 들어와 더위를 식히고 자정쯤 다시 나갔다.

장애물을 벗어나 눈이 부실 정도로 빛나는 오렌지색 화성을 관측할 수 있었지만, 쌍안경으로 관측하자니 확실히 손떨림으로 인한 흔들림이 문제였다. 이럴 때를 위해 쌍안경용 삼각대가 필요한 건데... 뭐 어쨌든 임시 방편으로 쌍안경과 팔을 고정할 수 있는 구조물을 주변에서 찾아 안정시키고 관측하니 그럭저럭 아쉬운대로 관측할 수 있었다.

더위와 사투를 벌이며 관측하다가, 더는 견디지 못할 거 같아 철수했다. 새벽 4시 반 무렵의 개기월식 관측을 기약하며...

너무 더워 나가기 싫은 걸 꾹 참고 4시 반쯤 나가보니 벌써 달 한귀퉁이가 사라져가고 있었다. 어차피 한국에서는 전 과정을 관측하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일단 어슴푸레해져 달이 사라질 때까지만 관측하기로 했다. 할 수만 있다면 지평선 아래로 가라앉을 때까지 지켜보고 싶지만... 대한민국에서 지평선은 무슨...

여전히 남아 있는 열대야 더위와 싸우며, 그나마 모기한테 시달리지 않으니 다행이라 해야 할지, 아무튼 볼 수 있을 때까진 보자, 결심하고 자리잡았다. 확실히 화성과는 비교가 안 되게 거대한 대상이라 쌍안경 흔들림에 지장을 덜 받는 편이었다. 게다가 방향이 사뭇 많이 바뀌다 보니 편안하게 앉아서 볼 수 있는 위치 선정까지...

바로 저 방향으로 지구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겠구나, 꼭 6개월전, 꽁꽁 얼어 곱은 손가락을 주머니에 넣었다 뺐다 하며 관측하던 때와 같은 생각을 하며, 이런저런 다른 생각도 하고, 때로는 그 새벽에 불금을 불태우고 느지막히 귀가하는 사람을 의식해 슬그머니 쌍안경을 내려놓기도 하고... 아마 이 새벽에 계단에 나와 앉아 뭐 하고 있나 했겠지, 그 사람들은. 그리고 그 이른 시간에 녹즙인지 뭔지 아무튼 무언가를 배달하는 분도 목격하고, 덥지만 붉게 물들어가는 달이 함께 하는 기분좋은 열대야였다.

지평선은 커녕, 또 다른 아파트가 달이 흘러가는 진행 방향에 떡하니 버티고 있다는 걸 진작에 알고 빠른 관측 종료를 예감은 했었다. 가려지더라도 개기월식 상태가 진행된 다음에 가려져라, 라고 빌면서 지켜보자니 어느새 달은 완전히 지구 그림자 속으로 숨어들어가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6개월 전보다 훨씬 짙게 사라진 걸 보니, 달이 지구 그림자 한가운데를 지나간다는 정보가 사실인가 보다. 나중에는 쌍안경으로 보지 않으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그래, 다행이다. 안도하며 사라진 달을 좀 더 지켜보다가 마침내 아파트 뒤로 기울어가는 모습을 보며 아쉽게, 그러나 사실은 더위로부터 해방된다는 기쁨이 조금은 더 큰 채로 들어왔다.

하룻밤에 화성의 합과 개기월식을 동시에 관측할 수 있는 극히 드문 기회였다. 2003년 6만년 만의 화성 대접근 때는 정보 자체를 접하지 못해 그냥 지나 보냈고... 그 때보다는 다소 멀지만 아무튼 15년만의 화성 대접근을 드디어 목격할 수 있었다. 쌍안경으로는 사실 여전히 한 점에 불과하다. 그래도 눈 부실 정도의 오렌지색은 확실하게 관측할 수 있었다. 어차피 화성 전체가 몇 개월째 모래 폭풍으로 덮여 있으니 더 좋은 망원경으로 관측해 봤자 지형이나 극관을 관측하긴 어려웠을 것이다.

다음번 화성 대접근은 또 언제가 될지, 개기월식은 또 언제가 될지... 간만에 즐거웠던 관측이었다.

by 다크초콜릿 | 2018/08/08 22:35 | 우주 이야기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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