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이라...

전문직으로 할 자신이 없는 데다가 다른 일을 하고 싶었기 때문에 천문학을 취미로만 남겨 두었지만, 만약 천문학자를 직업으로 삼았다면 아마 블랙홀을 연구했을 것이다. 블랙홀 관련 서적도 사두었지만, 늘 그렇듯 수시로 바뀌는 관심사 때문에 좀 들춰보다 만 상태다.

물론 블랙홀이 존재한다는 걸 믿어 의심치 않았지만 그럼에도 참, 뿌듯하다. 저런 게 존재하니 천문학이 재미있지. 철저히 아마추어 관점이라 할지라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고도의 사고활동으로 해왕성의 존재를 예측하는 데에 성공한 것을 시작으로, 항성이 블랙홀이 되려면 그다지 까다로운 조건이 필요치 않음을 이미 지난 세기에 슈바르츠실트와 찬드라세카르가 예측하여 마침내 촬영해내기까지, 알면 알수록 정말 짜릿하다.

수학은 자연에 존재하는 것이니 자연스럽게 습득했을 거라고 하기엔, 인간만이 수학을 다룰 줄 안다는 점을 보면 회의가 든다. 많고 적음을 구분하는 이상으로 수학을 터득한 생명체가 인간 말고 과연 존재할까? 단순히 많고 적음의 문제가 아님을 깨달으면서부터 고차원적인 수학으로의 접근이 시작되었을 터니까.

수학적으로 아무 오류가 없다면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는 강력한 그 예측력, 그게 가능한 이유는 모 과학자의 저서대로 자연이 수학 그 자체이기 때문일까? 그렇게 생각하면 프로그래밍 세계관으로 사고가 뻗어가기도 하지만, 알 수 없는 노릇이란 결론 밖에...

개인적으로는 프로그래밍 세계관은 세계를 설계한 절대적 존재를 상정하기에 별로 탐탁치 않고 그럴듯해 보이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자연이 수학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은 늘 겅외롭고 놀랍기만 하다. 늘 그렇지는 않지만 일정 부분 예측이 가능하다는 점이 더욱 놀랍다.

내가 가장 관심을 기울이는 개기일식이 초단위로 예측이 가능하다는 건, 그 매커니즘을 알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신기하고 재미있다. 태양과 지구와 달은 정말로 거의 변화가 없는 움직임을 과시하고 있고, 미세한 보정만 가해준다면 언제까지라도 예측해서 미리 개기일식이 발생하는 곳에 가 대기할 수 있다. 이건 천문학에선 초보나 다름없는 작업이다.

이런 초보적 작업이 축적되고 축적되어 탐사선이 명왕성을 스쳐 지나가도록 하는 등 온갖 작업을 성공시킨 끝에 마침내 블랙홀까지...

20세기 초 과학적 업적이 폭발적으로 발생하던 시대를 살지 못했던 걸 못내 아쉬워 하기에는, 지금 이 순간, 21세기 초라는 이 시대도 과학적 업적이 폭발하고 있다. 앞으로 어디까지 도달하게 될지, 즐겁다.

by 다크초콜릿 | 2019/04/19 21:57 | 우주 이야기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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